1987년에 개정된 지금의 헌법은 유신헌법과 5공화국 헌법에서 입법과 사법까지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이뤄냈다. 과거 유신헌법과 5공화국 헌법은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직접 임명했고, 긴급조치권 등으로 국회도 해산시킬 권한이 있었다. 지금의 헌법은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권력 분립과 국민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다. 헌법 개정은 당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산물이고, 이를 주도했던 세력 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부정하듯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입법 폭주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과 법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넘겼다. 특별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의 내란재판부와 영장전담법관을 두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으로 판사를 2배수 추천하면 이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토록 했다.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에 대해선 재판부가 내란재판부로 이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재판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깨는 것으로,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11·27조)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법권(제101조)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있는데도, 헌재와 정부가 판사 선정에 개입하는 것도 위헌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해 “87년 헌법 아래에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면서 “처분적 법률(특정 개인·사건에 대한 처분을 규정한 법)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처분적인 재판부 구성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선진 사법의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전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다.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나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을 요구할 수 있다. 재판이 중단되고, 위헌 결정에 따라 판결이 무효로 될 가능성도 있다. 법왜곡죄는 북한 형법에 유사한 조항이 있을 정도이며,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에 대한 입장과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한변협 전 회장단 등 법률 전문가들의 성명도 이어진다. 헌법 수호 책무를 진 이재명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막지 않으면 삼권분립 파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3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