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접종정책’34년만에 폐지
의료계 “최악의 결정” 강력 반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30여 년간 유지돼 온 ‘신생아 B형 간염 백신 보편 접종 권고’를 폐기하기로 했다.
6일 오전(한국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회의에서 신생아의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오는 1% 미만의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권고하는 안을 표결로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B형 간염 감염을 막기 위해 신생아에게 생후 24시간 안에 첫 접종을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생아가 B형 간염에 감염될 경우 약 95%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CIP는 이번 권고안에서 산모가 바이러스 음성일 경우 접종 시기와 필요성을 의료진과 산모가 협의하도록 했다. 또 생후 2개월 이전에는 첫 접종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이로써 사실상 1991년 도입된 ‘보편적 신생아 접종 정책’이 34년 만에 폐지됐다. ACIP는 이뿐 아니라 첫 접종 이후 이뤄지는 추가 접종에 앞서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1~2개월, 6~18개월로 안내돼 있던 기존의 추가 접종 시기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의결된 권고안은 CDC에서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ACIP가 미국 의료계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자문 기구인 만큼 CDC 소장은 대부분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적지 않은 반발을 부르고 있다. 현 ACIP는 지난 6월 취임한 ‘백신 회의론자’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인물들로 새롭게 구성했다. 미 보건당국은 케네디 장관 취임 이후 기존 정책의 큰 축을 연이어 뒤집고 있다. 고위험군 노인에게조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 방침을 내놓았고, 만 4세 이전에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 혼합백신 접종을 피하라는 권고도 도입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소아 감염병 전문가 플로르 무뇨즈 박사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에 기초한 결정”이라며 “극도로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도 “수십 년간 B형 간염 환자를 치료해 온 전문의로서, 이번 일정 변경은 명백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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