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에도 없는 ‘합성어’ 출제

 

생소한 ‘culturtainment’ 등 사용

이의신청 400여건으로 ‘최다’

 

문항 지문 원저자인 英 교수도

“원어민조차 모르는 단어 출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다 이의신청 영어 24번 문항 지문 원저자 메일 중 일부. 독자 제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다 이의신청 영어 24번 문항 지문 원저자 메일 중 일부. 독자 제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제기된 영어 24번 문항 지문의 원저자가 “원어민도 모르는 단어를 시험에 출제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스튜어트 모스 영국 리즈 베켓대 부교수는 최근 한국 수험생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는 단어를 출제 문항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24번 문제에 나온) ‘culturtainment’는 교재 집필 과정에서 만든 학술적 합성어”라고 말했다. 이어 “통용되는 어휘가 아니므로 시험에 출제돼선 안 된다는 게 제 의견”이라며 “원어민조차 이 단어를 모른다”고 했다. 해당 지문은 모스 교수가 2009년 발간한 저서 일부 단락을 발췌해 단어 2개를 수정한 것이다. 모스 교수는 문화일보의 관련 질의에 “이메일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항은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문장 구조 등으로 이번 수능 영어 영역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수능 만점을 받은 서울 광남고 왕정건 군도 “24번이 처음 보는 지문이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 이의신청 675건 중 400건 이상이 이 문항에 집중됐다. 출제자들도 고교 수준에서 벗어난 단어라 생각해 ‘homogeneous(동종의)’ ‘dilution(희석)’ ‘exploitation(착취)’ 등은 단어 뜻을 문제에 한글로 해설해 놨다. 정답이 없다는 이의제기가 많았고, 신조어를 사용한 것으로 출제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수능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문만으로도 단어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구성”이라며 “교육과정에 규정된 추론 능력 평가 범위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최고난도로 꼽힌 영어 34번에서도 ‘benevolence(자비심)’ 등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마누엘 칸트와 토머스 홉스의 법철학 개념을 활용한 추론 문제로, 해당 문항을 여러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입력해 비교한 결과 답변이 제각각으로 나오기도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의 영어 실력을 변별하는 데 주석을 달아야 하는 단어들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변별력에만 집착해 시험의 본질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참여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성명에서 “추상적인 조각 글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린아 기자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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