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곽시종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지난 11월 정부는 급격한 예산 삭감 등으로 흔들렸던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복원하고 과학기술 강국을 향한 비전을 담아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경청과 통합’이라는 철학 아래 과학기술계와의 폭넓은 소통을 통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R&D 투자의 보편성과 수월성 균형, 그리고 기초과학 핵심 인력 양성을 통한 과학기술 강국을 염원하는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발표된 5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수 과학기술 인재확보, 안정적·매력적 R&D 생태계 복원, 연구 몰입을 위한 제도 마련, 과감한 R&D 혁신과 대전환, 그리고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R&D 투자 시스템 재구축 등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R&D 확대와 도전적 연구지원, 젊은 연구자의 성장 경로 마련, 신진 연구자 및 전임 교원 채용 확대, 리더급 국가과학자와 젊은 국가과학자 제도 도입, 정년 없는 연구 활동 지원 등 참신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어서 정부의 의지와 깊은 고민을 보여준다. 연구 현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로 충분하다.

정부가 제시한 연구자 성장 트랙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리더급 국가과학자 및 젊은 국가과학자 양성 프로젝트이다. 산학연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국가과학자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수도권 및 지역거점 우수연구자 확보와 전문 연구인력 중심의 대학 연구시스템 개편에 기여해야 한다. 이는 이공계 우대정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한편 경쟁 중심, 성과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우수 과학자로서의 삶과 연구 환경이 보장되고 연구에 실패하더라도 ‘실패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긍정적이다. 신진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정책에 기초과학학회는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낸다. 특히 장기간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한 기초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구자 생애주기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성과 정년 후 연구지원사업 신설은 큰 격려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연구영역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 갈 균형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양자·바이오 등 12대 핵심 전략 분야는 물론 수학·물리·화학·생명 지구과학 등의 기초분야도 균형 있게 발전할 때 혁신의 뿌리와 줄기가 동시에 굳건해질 수 있다. 이번 정부 합동발표의 핵심은 과학자라는 직업이 지속가능하고 매력적인 진로가 되도록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다.

2025년은 과학계에 매우 중요한 뉴스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부총리 제도의 부활, PBS 제도(연구과제 중심제도)의 단계적 폐지, 그리고 R&D 생태계 혁신 정책발표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학이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시대, 새롭게 시작된 이 길에 기대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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