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진아의 Deep Read - 내란전담재판부
특별재판부 금지가 국제표준… 정권, 정상 재판부로 보이려 이름만 ‘전담’으로 바꿔 추진
與 법안 발효될 때엔 공정한 재판 불가능…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법치주의 부정될 것
국민에게 참 어려운 문제가 전담재판부와 특별재판부의 차이다. 어쩌면 특별재판부조차 생소하겠지만, 이재명 정권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추진하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이름만 바꿔 다시 추진하는 것에는 무언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적 내란특별재판부’다.
◇전담재판부란
전담재판부는 현재 법원에서 운영하는 제도다. 전담재판부란 예컨대, 지식재산권 사건, 선거 사건 등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유형의 사건을 배당받아 재판하는 재판부를 말한다. 전담재판부는 같은 유형에 속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건을 배당받기 때문에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해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볼 때, 전담재판부는 전문법원의 축소된 형태다. 행정법원이나 가정법원, 특허법원 등과 같은 전문법원의 규모로는 아니지만, 전문적인 사건을 전담재판부에서 담당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전담재판부의 기본적 특성은 불특정 다수의 동종·유사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즉, 특정 사건을 겨냥해 사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불특정 다수의 사건이 그 전문적인 성격으로 인해 전담재판부에 배당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란전담재판부는 전담재판부라고 볼 수 없다. 12·3비상계엄 사건 하나를 대상으로 하여 사후에 이 사건을 담당할 판사들을 작위적으로 골라서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비정상일 뿐만 아니라 동종·유사 사건이 있을 수조차 없다. 일반 국민은 관련 사건이 매우 많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12·3비상계엄 사건은 그 관련자가 많을 뿐 사건 자체는 딱 1개다. 결국 특정 사건만을 재판하기 위해 법관을 콕 집어 골라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종·유사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담재판부와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12·3비상계엄 사건 재판을 위해 재판부를 2개 이상 두고 영장전담판사를 2명 이상 두게 한다고 해도 그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민에게 정상적인 재판부 내지 영장전담판사처럼 보여 국민을 속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결국 말만 내란전담재판부로 바뀌었을 뿐 실체는 처음의 그 내란특별재판부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특별재판부의 위헌성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내란특별재판부에서 내란전담재판부로 이름을 바꾼 것일까. 무엇보다 그동안 반복됐던 위헌성 논란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특별재판소(특별법원)는 1487년 영국 헨리 7세의 ‘성실청(star chamber court)’ 이래, 정의에 반하는 불공정한 재판의 대명사가 됐으며, 이후 세계 각국의 헌법은 특별재판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 헌법도 제110조 제1항에서 군사법원을 제외한, 모든 특별법원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특별재판소의 위헌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특별재판소는 헌법상의 사법체계를 왜곡시키는 이질적 존재이며, 공정한 재판에 대한 방해물이 된다. 이는 일부 역사적 경험 때문이 아니라, 특정 사건의 재판을 담당할 판사를 작위적으로 골라서 구성한다는 특별재판소의 구조와 성격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특별재판소처럼 사후에 특정 법관을 골라서 특정 피고인을 재판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재판은 미리 내려놓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쇼’에 불과할 뿐이다. 그 재판은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없고 그 재판이 공정하다는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셋째, 특별재판소는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 특별재판소는 특정한 사건,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법원의 재판을 받는 사람과 비교해 특별히 유리하거나 특별히 불리한 재판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특별재판부는 특별재판소의 축소형이다. 따라서 특별재판부는 특별재판소의 위헌성을 그대로 공유한다. 과거 반민특위의 특별재판부, 3·15부정선거 관련자 등의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소, 그리고 5·16군사정권의 혁명재판소 모두가 이러한 특별재판소(부)로서 위헌적이었기 때문에, 위헌 문제 해소를 위해 모두 헌법 부칙에 근거 조항을 뒀다. 이재명 정권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내란전담재판부라고 이름을 바꾼 것은 그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권의 무리수
그러면 이재명 정권은 왜, 이렇게 위헌성이 뚜렷한 내란특별재판부를 마치 합헌적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계속 추진하는 것일까.
문재인 정권에서도 사법농단의혹 특별재판부를 시도하다 위헌성 문제 때문에 포기했고, 이재명 정권도 초기에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얘기를 꺼냈다가 역시 위헌성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그런데 왜 그 실체는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위헌성 가득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가. 단순한 정치 공세의 일환이 아니라는 점은 지난 3일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더욱이 민주당은 법원의 위헌제청 시 재판이 정지되도록 하는 헌재법 규정에 대해 내란 및 외환죄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는 헌재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오죽 마음이 급하면 이러한 무리수까지 두는 것일까 싶지만, 이 또한 위헌이다. 법관이 위헌성에 대한 강한 개연성(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판단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것인데, 그 법률을 그대로 적용해서 재판을 진행하라는 것은 법관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헌법 제103조)의 요청과 충돌할 뿐만 아니라, 위헌법률심판제도를 왜곡하는 것이며, 법 앞의 평등(헌법 제11조 제1항)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하나의 거짓말이 수많은 거짓말을 낳는다. 최근 이재명 정권의 위헌적 무리수는 새로운 위헌 문제를 계속 낳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서 파면될 때 박수 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선’하며, ‘법원은 국회가 정한 구조 속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야말로 헌법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나아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 용어설명
‘성실청’은 15∼17세기 중엽까지 영국에서 열린 특별재판소. 금박 별 장식이 있는 방에서 진행돼 성실(星室)이라고 명명됨. 이후 재판소가 왕조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면서 1641년 폐지.
‘헌법 제110조 제1항’은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돼 있어. 헌법은 군사법원 외에는 특별법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사실상의 특별재판부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위헌임.
■ 세줄 요약
전담재판부란: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에서 불특정 다수의 동종·유사 사건을 배당받아 재판하는 재판부가 전담재판부. 이미 발생한 특정한 사건을 콕 집어 재판부를 구성하는 내란전담재판부의 실체는 특별재판부임.
특별재판부의 위헌성: 특별재판부(소)는 영국의 ‘성실청’ 이래 불공정 재판의 대명사가 됐으며, 세계 각국의 헌법은 이를 금지함. 정권이 내란특별재판부를 내란전담재판부라고 이름만 바꾼 것은 그 위헌성을 자인하는 행위.
정권의 무리수: 정권의 무리수는 새로운 위헌 문제를 계속 낳고 있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한 위헌 논란을 또 다른 위헌 법률 입법으로 막으려는 시도는 헌법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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