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마을’ 김중미 작가
신간 ‘엄마만 남은…’ 가족 다뤄
시대 넘어 기혼여성의 삶 공감
“25년여 글을 쓰면서도, 엄마가 내 책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되돌아보니 이웃에 곁을 내어주는 삶의 태도, 그걸 담아낸 문학 모두 제 혼자 힘으로 해낸 게 아니더라고요.”
지난 2000년 출간돼 200만 부 넘게 팔린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비롯, 여러 문학 작품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조명해 온 김중미(62) 작가가 자신의 토대인 가족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책을 냈다. 지난달 24일 전화로 만난 김중미 작가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엄마만 남은 김미자’(사계절)를 펴내면서 “삶과 문학의 뿌리인 엄마에 대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책에서 “바다처럼 넓은 품으로 모든 것을 품어주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삶으로 가르쳐 준” 엄마를 떠올린다. ‘단칸 셋방에 오르간을 들이고 싶어 할 정도’로 생활보다는 자신의 이상을 좇았던 아빠와 결혼해 한평생 가난을 견딘 엄마, 자신을 위해서는 십 원짜리 동전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한센병 환자들이 구걸하러 오면 부엌에 들어가 쌀을 퍼다 드린 엄마다. 여름이면 싸전 앞에 노천카페를 열어 냉커피를 지게나 손수레를 끌던 인부들, 밤새 클럽에서 일한 여성들에게 대접했던 할머니의 삶도 작가는 회고한다.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타인을 존중하고, 곁을 내어주는 법을, 섬기고 배려하고 나누며 사는 삶의 행복을 배웠다”는 작가. 그 덕에 작가는 1987년부터 노동자와 빈민, 어린이들을 위한 지역 운동에 뛰어들고, 가난과 소외를 이들과의 ‘연대’의 언어로 써낼 수 있었다. 그의 대표작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괭이부리말이라 불리는 인천 만석동의 달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사실 작가는 “바쁜 삶에 치여 소홀히 했던 엄마를 다시 마주 본 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8년 엄마가 인지장애를 앓기 시작하고, 요양병원을 거쳐 요양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단단한 외양 아래 내면을 들춰볼 수 있게 된 것. 작가는 “엄마가 생전 하지 않던 솔직한 감정표현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이성적인 말 뒤에 숨겨놓았던 것들, 자격지심과 고통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는 1970년대를 살면서 꿈과 미래를 빼앗긴 채 엄마로만 살아야 했던, 그리고 책 제목처럼 죽음에 가까워져서도 엄마라는 정체성만 남은 미자 씨의 삶, 더 나아가 어두운 시절을 버텨낸 모든 기혼 여성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어느덧 두 딸의 엄마가 된 작가는 “시대는 달라졌지만 어찌 보면 ‘엄마’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엄마처럼 나도 ‘밥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했고, 시대는 다르지만 ‘밥하는 일’이 사소하게 취급되거나 여성의 몫으로 취급되는 것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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