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체념하고 있습니다. 비판해도 달라질 것도 아니고요.”(한 수도권 법원 부장판사) 사법개혁 5대 과제에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등 더불어민주당의 ‘묻지 마 사법개혁’ 행보를 지켜보는 일선 판사들의 반응은 분노 반, 체념 반에 가깝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 후 대법관 대폭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등을 내놓을 때만 해도 법원 안팎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복수 또는 퇴진 압박 정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위헌 소지에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등이 계속 등장하면서 민주당발 사법개혁이 ‘사법부 죽이기’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삼권분립이 막을 내려야 될 시대” 발언과 이 대통령까지 나선 ‘선출권력 우위론’ 등은 민주당의 목표가 입법·행정부에 이은 사법부 장악이라는 암시였다는 평가다.
“다른 얘기할 것 없습니다. 헌법을 한번 읽어 보라고 하세요.”(한 일선 법원장) 민주당발 무소불위 사법개혁의 걸림돌은 헌법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재판부 구성에 외부기관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에 정면 배치된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했는데 민주당안은 법무부·헌법재판소 등이 관여토록 해 사법부 독립 원칙을 침해한다.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역시 위헌이라는 평가다. 헌법 제104조 제3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헌재는 물론 변호사단체·법원공무원노조 등이 참여하고 법관 아닌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안은 헌법상 대법원장 권한을 무력화한다.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법안은 증거해석·사실관계 왜곡, 법령의 잘못된 적용 등 추상적 개념을 처벌 요건으로 삼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
“재판을 출세 도구로 삼는 판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한 고법 부장판사) 몽테스키외가 1748년 ‘법의 정신’을 통해 삼권분립 원리를 정립한 이래 대다수 민주국가에서는 삼권분립 체계를 도입했다. 사법부는 입법·행정 등 국가권력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정파적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않도록 대부분 국가에서 선거로 뽑지 않는다. 재판이 다수 여론이나 특정 세력의 요구에 흔들릴 경우 소수자 보호·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87년 헌법’을 통해 삼권분립·재판 독립 원칙을 확고히 해왔다. 민주당발 사법개혁이 진짜 위험한 것은 견제·균형을 통해 권력 오남용을 막는 필수장치인 삼권분립을 허물고 사법부마저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일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사법 시스템이 잘못 개편되면 국민과 국가 전반에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한다. 개혁은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과 구성원 동의가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