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8일 발표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 방안은 방향·내용·절차 모두 부실하거나 부적절하다. ‘이원화된 고속철도(KTX-SRT)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서울·용산역과 수서역에서 각각 출발하는 고속열차의 교차 운행이 시작된다. KTX를 수서역에서도, SRT를 서울·용산역에서도 탑승할 수 있게 된다. 내년 말에는 완전 통합된다. 국토부는 400억 원의 중복비용 절감, SRT 좌석 부족 해소 등 운영 효율화, 안전 강화 등을 근거로 내놨지만, 수긍하기 힘들다.
코레일과 철도 노조는 통합 운행으로 좌석이 1만6000석 늘어난다고 하지만, 조삼모사다. 수서역에 좌석 수가 2배인 KTX 열차를 투입하면 SRT 노선엔 운행 편수와 좌석 수가 늘지만, 서울역·용산역 등은 KTX 운행이 줄어 그만큼 좌석 수가 감소한다. 전체 좌석은 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 말부터 SRT의 새 고속 차량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어서 통합하지 않더라도 좌석 공급이 늘게 돼 있다. 오송∼평택 병목 구간 해소 대책은 언급도 없다. 안전 강화도 명분일 뿐이다. 코레일이 KTX·SRT의 관제와 선로 유지·보수, 차량 정비를 모두 맡지만, 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서 7명의 사상자를 냈던 것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코레일은 지난 13년 간 운임 동결로 일관했고, 누적 적자가 20조 원을 넘는 부실 덩어리다. 방만 경영, 서비스 악화 등 독점 폐해를 없애기 위해 경쟁 체제를 도입했는데, 정작 적자 공룡은 놔둔 채 SRT 평가도 없이 졸속으로 통합을 밀어붙인다. 공청회도 한 번 열지 않았다고 한다. 철도 경쟁 체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주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6대 개혁 중 하나로 공공개혁을 제시하면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당면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KTX와 SRT 통합부터 들고 나온 것은 코레일 제1노조 상급단체인 민노총 비위 맞추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공공개혁은커녕 거기서 탈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에는 거대 노조를 의식해 그런 공약을 했더라도 이젠 ‘국민을 위해’ 폐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