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가봤습니다 - (6) 관객참여형 공연 ‘에세즈 메세즈’

 

관객이 무대위 컨트롤러 쥐고

머리 맞대며 게임 퀘스트 해결

4번의 인터미션 간식·식사제공

‘시체관극’ 대항한 새 공연형식

‘에세즈 메세즈’에 참여한 한 관객이 컨트롤러를 쥔 채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로극장 쿼드 제공
‘에세즈 메세즈’에 참여한 한 관객이 컨트롤러를 쥔 채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로극장 쿼드 제공

러닝 타임 약 7시간 30분. 4번의 인터미션과 간식 및 식사 제공. 작품 설명을 보자마자 공연 담당 기자로서 호기심이 생겼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관람하는 건 이제 그만. 극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 놓인 컨트롤러를 이용해 주어진 게임 퀘스트를 해결해야 한다. 약 200명의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이머시브(Immersive·관객참여형) 공연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대학로극장 쿼드에 다녀왔다.

공연은 202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된 이후 캐나다와 미국, 독일 등 수많은 국가에서 무대에 올랐고 지난달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틀간의 공연은 무시무시한 러닝 타임에도 전석 매진이었다. 왜 이런 공연을 만들었을까. 공동 연출을 맡은 패트릭 블렌카른과 밀턴 림의 답변에 힌트가 있다. “컨트롤러를 쥔 관객이 ‘리더’이고, 리더에 반대 의견이 있어야 객석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느낄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여느 때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과 MD 부스, 포토존이 전부였던 기존 공연과 달리 로비에는 정수기와 팝콘, 사탕과 젤리 등이 담긴 간식 상자가 보였다. 벽에는 공연이 10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며, 2개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간식과 음료, 식사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탕 한 알 먹기도 눈치 보이는 다른 공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시체 관극’에 익숙했던 기자에겐 놀라운 풍경이었다.

7시간 반 동안의 공연(비디오 게임)은 오롯이 관객주도형이다. 관객은 기계에 맞서 일자리를 잃은 당나귀들이 일자리를 되찾고자 혁명을 일으키는 여정에 동참한다. 소설 ‘동물농장’이 떠오르는 줄거리에 그래픽은 ‘포켓몬스터’를 보는 듯하다. 이날 대다수 관객은 사전 정보 없이 호기심에 끌려 극장을 찾았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참여한 방아영(27) 씨는 “공연은 3개월에 한 번꼴로 보는데, 게임 형식의 공연이라니 예측도 가지 않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후 1시 공연이 시작되고 객석에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때 한 남성이 용기 있게 무대로 뛰어나와 게임 컨트롤러를 잡았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만 보고 머뭇거리던 관객들은 하나, 둘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자리를 오가며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쯤 오자 세 명의 관객이 함께 컨트롤러 앞에 앉은 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갈 길이 멀어요. 파이팅”과 같은 응원 소리는 물론 게임 참여자들을 향해 박수도 이어졌다. 인터미션 때는 로비에서 간식과 식사를 즐기며 삼삼오오 모여 ‘동물권’과 ‘노동’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관객들도 보였다.

오후 8시 10분 드디어 공연이 끝났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퀘스트를 해결한 덕분에 예상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끝났다. 객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생한 관객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은 시원한 맥주 한 잔. 관객들은 지쳐 보이면서도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극장을 나섰다.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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