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What, Why

 

‘액정 보안필름’ 철통 방어에도

자리·휴대전화 각도 따라 노출

‘국회 안에 있었으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불참(8명)’ ‘국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발(4명)’ ‘행적 확인 불가(8명)’ ….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A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화면을 연신 확인하며 질의를 이어 갔다. A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적을 세세히 나눈 명부가 담겨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이 명부를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필수템’인 사생활 보호필름이 부착된 상태였지만 A 의원 바로 뒤에 서 있던 기자의 눈에는 화면의 글자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춘석·문진석 민주당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및 인사 청탁 의혹,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8·15 특별사면 요청 등 최근 정치권의 굵직한 이슈 중 ‘휴대전화 사진’에서 시작된 사건이 적지 않다. 각종 정치 커뮤니티에는 ‘의원들 제발 사생활 보호필름 좀 사용하라’는 지지자들의 원성이 이어질 정도다.

의원 및 보좌진에 따르면 사생활 보호필름을 부착하지 않은 의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다만 휴대전화를 뒤에서 볼 때는 각도를 잘 맞출 경우 화면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또 의원과 기자 간의 거리가 가까운 상임위원회 회의장과 달리 비교적 거리가 먼 본회의장에서는 의원들이 방심하기 쉽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 보좌진은 “보호필름은 당연히 필수로 붙여 드리고,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영감(보좌진이 자신이 수행하는 의원을 부르는 은어)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 보좌진은 “본회의장 배치를 보면 당 대표 및 다선 의원들이 (기자와 가까운) 뒤에 앉아서 선수가 높을수록 조심시킨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메신저 알림에 ‘1’이 남아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이라며 “휴대전화를 몸 안쪽으로 가려서 보면 괜찮은데, 무심코 그냥 열어 보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사진기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는 바로 뒤에 서 있는 기자의 인기척이 느껴져 의원들이 좀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국회를 출입하는 한 사진기자는 “가족이 아프다는 내용 등 지나치게 개인적인 대화가 담기면 보도를 자제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진기자는 “아무래도 최근에 굵직한 사진 단독이 많다 보니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예전보다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영 기자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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