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진·영상 취재진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 진행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왼쪽 사진) 가운데 사진은 지난 2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 중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본회의장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야권 사면 인사 요청 명단을 전달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뉴스핌 제공, 이데일리 제공
지난 2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휴대전화 메신저로 나눈 대화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앙대 출신 문 수석부대표가 동문 김 비서관에게 “우리 중(앙)대 후배이고, (이재명) 대통령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때 대변인도 했다”며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자리에 청탁하고 있던 대화창이 찍힌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이 한 답변이 사안을 더 키웠다. 그는 “훈식이 형(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했다.
문 수석부대표가 거론한 자리는 원칙상 정치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학연(중앙대 인맥)을 동원했다. 문 수석부대표와 김 전 비서관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동문 후배이자 ‘7인회’ 구성원이다. 특히 인사 업무에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직책에 있는 참모(김 부속실장)가 언급됐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김 전 비서관 사퇴에서 그치지 않고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 부속실장으로 통한다) 논란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언론이 권력자의 휴대전화를 노리는 것이 도청? =이 사진이 보도된 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통화·메시지가 도청되고 있다. 재래식 언론 기자에게 다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재래식 언론’은 신문과 방송 등 기성 언론에 대한 유 전 이사장의 표현이다. 부적절한 인사 청탁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메신저 대화창을 언론에 노출한 부주의를 탓한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 취재를 ‘도청’에 견줬다.
문 수석부대표가 김 전 비서관과의 대화창을 켠 곳은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728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가결한 날로, 언론뿐 아니라 전 국민이 지켜본 자리였다. 특히 수십m(미터) 거리의 휴대전화 화면도 선명히 촬영할 수 있는 망원렌즈를 갖춘 취재진의 활동은 본회의장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내용이 분명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한 공적 권력이 작동하는 데 대해서는 언론의 취재가 보장돼야 한다. 의원의 발언, 표정, 몸짓뿐 아니라 휴대전화 화면 역시 공적 영역으로 간주해야 한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사진) 찍힌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 중 딸 결혼식을 치르면서 피감기관 축의금 관련 논란이 커지자 그 돈을 반환하라고 휴대전화로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모습 역시 지난 10월 본회의장에서 촬영됐다. 이춘석 의원은 8월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 거래를 하던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에 찍힌 거래 창에서 확인된 계좌가 이 의원 보좌진 명의로 개설돼 있었다는 데서 ‘차명거래’ 의혹으로 번졌고, 이 의원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달 야당에서는 송언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을 요청하며 몇몇 인사의 명단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다가 카메라에 잡혔다. 눈웃음 표시를 달고 “감사합니다”라고 한 그에게 강 비서실장은 “이게 다예요?”라고 물어봤다.
◇권력 과시의 의도가 엿보이는 ‘문자 정치’=언론 감시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된 사례도 있다. 2022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는 휴대전화 화면이 사진에 찍혔다. “대통령 뜻을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권 의원에게 윤 전 대통령은 소위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최고 권력과의 친밀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찍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권 의원은 “단순한 부주의”라고 둘러댔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보좌관에게 “지휘·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고 한 대화창이 찍힌 것을 두고 누가 봐도 이른바 ‘추·윤 갈등’을 빚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행위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인의 언행에 의도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의도대로 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