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을 띄워준 ‘명심(明心)’ 흘리기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8일 SNS에 직접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라고 올린 칭찬 글이 당장은 선거 개입 논란을 불렀는데, 더불어민주당에 던진 정치적 메시지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취임 1년 시점에 치러지는 6·3 지방선거의 최대 전장인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국정 운영 동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선거 구도와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는 이 대통령의 ‘촉’이 정 구청장에게 닿았을 수 있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민주당 진영의 후보로 당선된 조순·고건·박원순 전 서울시장 모두 외부 영입 인사였다.

명심 흘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민석 후보가 첫 순회 경선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자 자신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표가 왜 이리 안 나오느냐”고 했다. 그 후 김 후보는 최종 18.23%로 1위를 차지해 수석 최고위원에 올랐고, 초반 선두를 달리던 정봉주 전 의원은 탈락했다. 김 후보가 친명계 내에서 발판을 다지게 된 계기였다. 현 정부의 첫 총리 자리도 꿰찼다. 정원오 띄우기 이면에는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주자로 박홍근·서영교·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명심 논란에 발끈할 만도 한데, 별다른 반응들이 없다. “(정 구청장이) 부럽긴 하지만 대통령이 특정인에게만 힘을 실어줄 분은 아니다”(박홍근) 정도다. 지지율 60%가 넘는(한국갤럽) 대통령과 각을 세울 처지들이 아닌 것이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불거진 ‘명·청’ 갈등에 대한 의중을 내비쳤다고 보는 분석도 많다. 언제든 당무나 선거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1일의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관심이다.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치러지는데, 정 대표에 대한 중간평가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친명·친청의 후보군이 들썩인다. 명심을 듬뿍 받는 김 총리는 서울시장 아닌 당권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참전’할 당내 정치의 전장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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