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정치부 차장

청와대란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이자 일반인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풍수가 좋지 않다면서 현관문을 서향에서 남향으로 바꿨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관저와 집무실을 아예 분리하는 공사를 했다. 이때 땅 암벽에서 나온 400년 묵은 글귀가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다. 청와대를 산책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표지석을 보고 “천하제일복지 좋아하네. 대통령한테는 복지일지 모르지만, 국민이 잘살아야 복지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력 암투, 음모, 인사 전횡, 복지부동 등 온갖 적폐가 이 청와대에서 기승을 부렸다.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약 500m 떨어진 청와대 구조는 비선(秘線) 실세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다른 참모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최순실 같은 비선들이 마음대로 대통령 집무실을 드나들었다. 민심과 동떨어져 ‘구중궁궐’로 불렸던 곳, 아무리 큰소리로 시위해도 대통령 귀에 다다를 수 없는 은밀한 공간. 정부가 다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청와대는 바로 이런 곳이다.

그래서 여러 대통령은 ‘탈(脫)청와대’를 꿈꿨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졸속 이전을 발표했을 당시도 집무실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컸기에 국민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청와대에 또 세금을 들여 되돌아간다니 많은 사람이 떨떠름해 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를 결정했다면 청와대를 둘러싼 불통과 폐쇄의 이미지,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에 확실한 답을 내놔야 한다. 대통령의 소통은 단지 국민과의 직접 소통만을 뜻하지 않는다. 참모들과의 소통, 여당과의 소통, 야당과 그 지지층과의 소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168.59㎡(51평)짜리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대통령 혼자 일하는 것인지, 여민관에 들어선 대통령 추가 집무실의 활용 빈도는 얼마나 잦을 것인지, 참모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청와대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민간단체 협회장 인사청탁 논란을 자체 감찰로 일단락했다. 공직기강비서관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에 대해 조사했다지만, 자신의 상사를 대상으로 한 감찰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야권을 온전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국정을 논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끔 (야당과) 대화를 해보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넘어 화가 날 때가 상당히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야당을 정치적 대립체일 뿐만 아니라, 국민 상당수를 대변하는 정치 단체라고 여긴다면 대화가 안 될 리 없다. 이 대통령이 만들어나갈 청와대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직접 그 청사진을 설명하는 것이 선뜻 청와대를 다시 내어준 시민들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김윤희 정치부 차장
김윤희 정치부 차장
김윤희 기자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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