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다양한 신탁 상품 활용

국내선 투자·소비 선순환 막혀

빠른 고령화로 2050년 ‘치매 머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5.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해외에선 치매 환자의 자산 동결을 막고 보호하는 이른바 ‘치매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 및 관련 금융 상품 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치매인구 100만 시대, 금융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가 진행된 해외에서는 치매 환자들의 자산을 적절히 보호하고 보호자들의 고충을 완화할 수 있는 각종 금융 상품들이 활용되고 있다.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즉 치매 머니의 급증은 자산이 동결되면서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지정한 대리인이 생활비와 돌봄 비용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민간 신탁 상품들이 활용되고 있다. 간병비 등의 인출이나 가족에게 상속 등이 가능한 치매 전용 주식관리계좌나 주택을 담보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역모기지 상품에 사전 지정한 대리인이 입출금과 대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도 도입됐다.

영국에선 치매 발병으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기존 소득의 50~70%를 보장해 주는 소득보장보험이, 일본에선 부모 간병 때문에 자녀 소득이 감소할 경우 이를 보전해 주는 부모간병비용 보장 상품이 개발됐다. 보험사들은 환자들의 보장을 위한 보험의 문턱을 낮춰 치매·간병 보험의 가입과 지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사기 피해나 판단능력 저하로 인한 잘못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특화 계좌도 있다. 미국의 트루링크 파이낸셜은 보호자가 지역과 업종 등 소비 범위를 사전에 정하고 치매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 특화 선불카드를 출시했다.

우리의 경우 2025년 현재 치매 환자 수가 97만 명으로 고령 인구 중 9.2%, 경도인지장애 포함 시 298만 명으로 고령자 중 37%에 이른다. 보고서는 “치매 환자를 위한 특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탁 가능 재산 범위의 확대, 재산 관리와 승계 기능을 넓힐 수 있는 신탁업법 도입 검토와 함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세영 기자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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