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라틴어).”
이 문장은 흔히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이를 율리우스 카이사르(흉상)가 루비콘 강을 건너며 남긴 불후의 명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유명한 표현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은 우리가 아는 문장과 의미가 절반만 일치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문장은 완료형으로, 이미 결정이 내려졌고, 되돌릴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라틴어가 아니라 그리스어로 말했다. 플루타르코스가 기록한 원문에 따르면 그 뜻은 “주사위를 던져보자(가능형·명령형)”에 가깝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완결적·단정적 선언이 아니라 “이제 도전에 나서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카이사르는 정치적 천재였을 뿐 아니라 고전 문학에도 정통한 인물이었다. 그는 루비콘에서 결단을 내리며 고대 희극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제 위험을 감수하며 시도하겠다’는 문학적이고도 결의에 찬 순간을 빌려온 것이다. 이 ‘Alea iacta est’는 카이사르가 아닌 로마 역사학자 수에토니우스가 만든 문장이다. 그는 ‘로마 황제열전’에서 플루타르코스의 그리스어 기록을 참고해 이를 라틴어로 번역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장을 명령형 대신 완료형으로 옮겼다. 수에토니우스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사실상의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이었다.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강은 로마 내전을 촉발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후대의 지식인들은 이 장면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묘사하고 싶어 했다. 그런 서사에는 명령형보다는 완료형 문장이 더 극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어울렸다. “Alea iacta est”가 더 드라마틱했고, 시대의 요구에도 부합했다. 결국 이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널리 퍼졌고, ‘카이사르의 명언’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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