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관련 의혹 사건들을 수사하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통일교 측의 금품을 받았다고 지목되는 정치인들에는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회의원으로서 현금 4000만 원과 명품 시계 2개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전부 허위”라고 밝힌 데 이어 11일 오전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도 거명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이름도 입에 오르내린다.
통일교가 여야 고위 정치인들에게 두루 금품을 건넸다는 의미에서 벌써 ‘통일교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10일 법원 최후진술에서 민주당 측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폭로를 예고했었지만,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처럼 여야에 걸친 금품 수수 의혹이 공소시효가 완성될 위험이 있는데도 4개월 동안이나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특검팀은 ‘여당 정치인 관련 진술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검법을 보면 그들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특검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사기관이다. 검사든 경찰이든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명백한 혐의를 인지하고도 그냥 덮어 버리려 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특검팀은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조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겼었다.
통일교 관계자의 입에서 여당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또는 금품이 제공됐다는 진술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로(大怒)했는지 9일 국무회의에서 다시 ‘종교 단체 해산’을 언급했다고 한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금품을 수수했다고 해서 종교 단체를 없애야 한다면 그보다 먼저 사라져야 할 조직은 정당이다. 종교 단체가 사라져야 할 집단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범죄 목적 집단’으로 판정되기는 해야 할 것이다.
특정 종교 단체에 속한 사람이 여당의 정치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고 해서 그 종교법인을 해산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래 종교 단체는 마음의 평화를 주고 삶의 의미를 알게 해 줄 목적을 가진 조직 아닌가. 그래도 범죄인을 배출했으니까 없애야 한다면 둘 다 해산시키는 것이 공정한 처사다. 해당 단체가 범죄인 양성을 위해 조직된 것이 아니라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만 가려내서 처벌하면 된다. 범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려면 증거를 찾아야 한다.
통일교 사건이 경찰로 넘겨져 ‘특별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는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선다. 이처럼 여야 정치인이 거명되는 광범위한 사건 앞에 과연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검사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판에 이 사건의 수사는 진실로 중립적인 특별검사팀이 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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