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여야, 지위 고하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다음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히면서 통일교 커넥션 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부산시장 출마가 예상됐던 상황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본인은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통일교 측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따라서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될지, 아니면 여권으로 파문이 더 확산하는 것을 막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구속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전 장관에게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협조를 부탁하며 ‘지난 2018∼2019년 현금 4000만 원과 명품 시계 2개를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당면 문제는, 의혹 대상으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인들이 2018년에 금품을 받았다면 이번 달로 정치자금법 공소시효(7년)가 만료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검이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윤 전 본부장의 법정 진술로 논란이 되자 지난 9일 뒤늦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편파 수사와 늑장 이첩으로 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게 된다면, 특검의 직무유기 죄책은 더 커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사 역량과 중립성 의문이다. 예전 같으면 정치인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지만, ‘검수완박’등으로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총경이 팀장을 맡은 국수본 ‘특별전담수사팀’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경험이 거의 없고 외풍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 관련 수사는 당사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지능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온다. 올 9월 기준으로 지능범죄 사건 처리 기간이 6개월을 넘긴 비율이 21%로 급속히 길어졌다. 여당 의원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경찰이 인사를 앞두고 제대로 수사할지도 의문이다. 특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중립성과 역량 부족 시비에 휘말려 있다. 검찰청 폐지로 인한 범죄 대응 역량 저하가 심각하다. 당장 시정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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