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의 참석자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제공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의 참석자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제공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중의 주요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산업 협력의 구체적 방안 도출에 머리를 맞댔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부터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산업연구원(KIET) 북경지원장을 지낸 이문형 전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11일 오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유럽도 가세하면서 국제무역기구(WTO) 개방체제가 와해됐고 한국의 사드 배치로 상호 간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통 산업에서는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한·중 간 산업 협력 영역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경쟁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고 한·중 산업협력의 위축 요인을 꼽으면서도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복원 및 한중 산업 협력의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이 전 교수는 “올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제조업 발전 전략과 내년부터 추진될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의 목표가 유사해 한·중 간 산업 협력이 전환의 계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특히 “한·중 모두 미국, 일본, 독일에 대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글로벌 공급망에서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며 “이들 산업에서 한·중은 협력을 통해 국산화와 기술 자립, 글로벌 불확실성 해소,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베이징에서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제공
11일 베이징에서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제공

후원룽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중·한 양국은 AI 분야에서 단순한 경쟁 관계가 아닌 깊은 전략적 상호보완성을 가진다. 협력 심화는 동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AI 가치 사슬을 공동으로 주도하고 기술 민족주의가 가져온 도전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AI 산업 발전의 협력 잠재성을 가진 분야로 ▲AI 반도체 및 고급 하드웨어 ▲자율주행 및 스마트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및 건강 서비스 ▲로봇 기술 및 스마트 제조 ▲스마트 시티 및 디지털 거버넌스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한국 차에 통합해 지능형 자동차를 공동 개발하거나 한국의 정밀 산업용 로봇과 중국의 AI 영상 검사, 공정 최적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AI+로봇’의 전체 라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의 예를 제시했다.

장중위엔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연구원은 “정부 측면에서는 중·한의 제3국 시장 협력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중점 협력 가이드라인과 프로젝트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 및 기업 측면에서는 ‘중한+X’ 산업 동맹을 설립해 정보 공유와 위험 조기 경보 수행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위안위안 상하이사회과학원 응용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중·한의 공급망 협력 심화는 중국이 산업사슬 및 공급망의 탄력성과 안전 수준 향상의 핵심”이라며 “경제무역 메커니즘 구축을 심화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구조 하에 동아시아 효율적 협력 시범 구역을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박재곤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한 데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컴퓨터, 특수목적기계, 정밀기기, 정밀화학 등의 경쟁력 향상이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양국 싱크탱크 간 교류가 양국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스단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전 공업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양국 협력의 초석은 상호 신뢰”라며 “지난 20년간 양측은 상호 존중과 평등의 원칙 위에서 상호 우호적인 논의를 이어왔다. 학술 교류 증진에 대한 폭넓은 합의를 이뤘으며 장기적인 협력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리상양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일방주의, 무역 보호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경제적 충격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중·한 양자 간 경제 협력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양국 싱크탱크가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과제다. 산업연구원의 가교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탕윈이 상하이사회과학원 응용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한 간 경제 무역 관계는 깊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 긴밀한 투자 협력 관계는 양국 경제협력 미래 발전에 강력한 기반을 제공한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국 싱크탱크가 함께 교류함으로써 양국 경제 협력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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