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김동훈 기자

“레디, 액션∼. 컷. 컷. 컷.”

인왕산 둘레길 해골바위 위에 난데없이 수십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 보통 한두 명의 등산객이 땀을 식히기 위해 앉아 있거나 예전부터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무속인이 징을 치며 굿하는 모습은 종종 봤었지만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가파른 경사면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반사판과 붐 마이크를 든 사람 등등 수많은 사람이 좁디좁은 바위 꼭대기며 아래에서 바삐 움직인다. “영화야? 드라마 촬영이야?” “혹시 차은우나 변우석 나왔으면 어떡해, 어떡해.” 상기된 목소리로 산책길에 나선 아내가 내 팔을 확 채더니 빨리 가서 보잔다. ‘꿈 깨세요, 아줌마!’라고 생각하며 가 보니 우리를 맞는 건 유명 배우가 아닌 경광봉을 든 스태프. “통행에 방해 드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통행 방향을 안내한다. 배우는 보이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리시버로 지시하고 있는 감독의 ‘까칠한 뒤태’만 보일 뿐. “내 이럴 줄 알았어” 하며 이번엔 내가 아내 팔을 당긴다. ‘쳇, 송혜교나 김태희가 나오면 모를까….’ 그나저나 오늘같이 칼바람 부는 영하의 날씨에 무거운 장비들을 ‘이고 지고’ 이 산꼭대기까지 올랐을 수많은 스태프의 노동에 경의를 표하며 하산 길을 재촉한다.

“오케이, 자!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

■ 촬영노트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국영화 1101편에 참여한 전체 스태프 수는 총 15만8660명이고 작품당 평균 참여 스태프는 144명이다.

김동훈 기자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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