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비행물체(UFO)만큼 매혹적이면서 무시되는 주제가 드물다. 이 현상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확장하는 동시에 상상력의 한계를 자극해왔다.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들이 우리를 방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는 칼 세이건이 주도했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의 원동력이 되었고, ‘스타워즈’ ‘E.T.’ ‘엑스 파일’ 등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됐다.
UFO 현상, 즉 플랩(flap)을 목격했다는 이들은 아주 많다. 사진이나 영상 기록도 흔하다. 이 신비한 빛무리는 불현듯 밤하늘에 출현해서 신비롭게 공중을 이동하다 한순간 사라져버린다. 미지는 공포와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플랩을 경험한 이들은 광활한 저 우주에서 찾아왔을 수 있는, 이 미지의 존재를 탐구 대상에 올려놓고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비록 허무맹랑한 일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괴짜로 멸시받아왔지만 말이다.
UFO를 다룬 책은 이미 많다. 그러나 대개 음모설과 결합한 허황한 논픽션이거나 ‘우주 전쟁’(1938)을 이은 과학소설(SF)이다. 최근 출간된 ‘UFO’는 다르다. 저자 개릿 M 그래프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 저널 폴리티코의 편집장 출신으로, 정치·기술·국가 안보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언론인이다. 이 책은 플랩 현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태도가 최근 극적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공식 용어가 미확인비행물체(UFO)에서 미확인공중현상(UAP)으로 바뀐 것이 한 증거다. 하늘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일 수도 있는.
2021년 미군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이후 UAP 현상과 관련한 제보가 최소 144건 있었고, 그중 80건은 여러 센서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미국 정부 관계자의 공식 인정도 잇따랐다. 그중 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음모론에 등장하는 외계인 사체나 수거된 비행물체는 없으나, 하늘의 물체들에 대한 영상과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할 수 없을 뿐.
이 책은 1944년 말 유럽 상공에서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조종사들은 임무 수행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둥근 비행물체들과 수없이 마주쳤다. 스트레스로 인한 착시 현상으로 치부되던 이 물체는 1947년 두 사건을 만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케네스 아널드라는 조종사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빛나는 물체 아홉 개를 목격한 사건, 같은 시각 로스웰에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추락한 사건이다. 미군은 처음엔 추락 물체를 비행접시로, 나중엔 기상관측기구로 발표했다. 미군은 UFO를 소련의 비밀 우주 무기로 의심한 끝에 그 정체를 밝히는 ‘사인 프로젝트’를 발동했다.
저자는 지난 약 80년간 이어진 UFO 목격사를 살피는 한편, 그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대응 기록을 파헤친다. 미 정부는 한순간도 UFO 현상에 눈감지 않았다. 사인 프로젝트부터 오늘날 첨단 항공우주 위협 식별프로그램(AATIP)에 이르기까지 이를 국가 안보의 한 위협으로 보고 비밀리에 연구해 왔다. 저자는 자료를 모으고 기밀 해제 문서를 뒤적이며 군 관계자를 인터뷰하면서 그 감춰진 이야기를 현대 천문학의 흐름, 냉전의 역사와 첩보전, 각국의 우주 경쟁 등과 엮어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약 20년간 진행된 UFO 현상(주로 비행접시)에 관한 초기 연구의 결론은 같았다. ‘알려진 과학 기술의 틀을 명백히 벗어난 증거는 없다.’ 문제는 군부의 비밀주의였다. 1950년대까지 있었던 원반형 비행체는 대부분 군용 기상관측기구로 비밀리에 띄운 스카이훅이었다. 로스웰 사건도 마찬가지다. 실제 추락한 건 핵폭발 탐지 시스템의 일부였다. 군부는 1990년대에야 미 의회의 압력 끝에 그 실상을 고백했다.
2017년이 분기점이었다. 미 군부가 첨단 항공우주무기 시스템 응용 프로그램(AAWSAP)이란 이름으로 UAP를 조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개 영상은 다시 대중의 폭발적 관심과 우려를 끌었다.
이 무렵, 성간 천체인 오우무아무아가 최초로 발견되면서 언제든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찾을 수 있다는 호기심이 증폭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예산을 투입해 군부에 공식 부서가 생기고,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공식 연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엔 UFO의 비밀이 과학적으로 밝혀질까. 아니면 미국 군산복합체의 새로운 기회에 그칠까. 흥미진진한 물음이 남는다. 812쪽, 4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