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과 도마복음

김상일 지음│동연

도마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독특하다. 예수 부활 당시 다른 제자들과 달리 그는 유일하게 예수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서야 부활을 확인했다. 4대 복음에 포함되지 않는 도마복음도 마찬가지다.

천지창조, 예수의 십자가와 같은 신앙이 아닌 ‘너 자신을 알라’ ‘천국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닌 너희 안에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도마복음은 마치 동양의 도덕경과 같다.

저자인 김상일 전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도마복음의 이러한 특수성에 주목했다.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앤드루 하비 옥스퍼드대 교수에 의해 발견된 복음은 기독교 정통교부의 박해로 1600년간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마치 한국의 동학과 닮아 있다. 도마복음이 기성교회의 탄압 속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동학은 당시 경상도 일대의 유생에 의해 고발돼 지하화됐다.

도마복음과 동학은 사상적 구조에서도 통한다. 동학의 교조인 수운은 ‘천주’(天主) 대신 ‘조물자’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도마복음은 예수를 ‘사람의 아들’(Son of Man)이라고 칭한다. 이들의 개념 속엔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가 아닌 사람이 중심에 있다. 여기서 조물주는 인간을 창조하는 동시에,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되기도 하는 존재가 된다.

저자는 기존 사상에서 창조주와 세계와의 관계를 ‘외인적’이라고 표현한다면 도마복음과 동학 속 상호창조하는 관계를 ‘내인적’이라고 칭한다.

자본주의 앞에 사상과 종교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전지전능, 무소불위가 존재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결국 남은 것은 인간적 가치가 아닐까. 믿기보다는 깨닫기를 권하고, 하늘이 아닌 땅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하는 동학과 도마복음을 저자가 조명한 이유다. 567쪽, 3만5000원.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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