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전 세계에 잘 알려진 ‘K-푸드’ 중 하나이지만 우리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재료나 조리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음식을 부르는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빔밥’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지만 이 말을 찬찬히 뜯어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 ‘비빔밥’은 ‘비빔’과 ‘밥’이 결합한 것이라 본다면 ‘비빔’이란 말이 이미 있어야 한다. 말이 있으려면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비빔’이 이전부터 있었을까?

오늘날의 비빔밥은 밥과 다른 재료를 장으로 비벼낸 음식을 가리키지만 본래는 ‘뒤섞은 밥’일 가능성이 크다. 즉, 남은 음식과 밥을 한데 쓸어 넣고 좀 더 조미를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잡탕밥’ 정도가 되어야겠지만 밥과 재료가 잘 섞이도록 비비는 과정이 있으니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런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 음식은 ‘비빈 밥’이라 불러야 합당할 것이다.

혹자는 오늘날 음식점에서 내어오는 것은 비비기 전이니 ‘비빌 밥’이 맞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의 식당을 생각한 것일 뿐이다. 과거에 뒤섞은 밥을 먹던 이들에게는 먹기 직전의 상태, 즉 잘 뒤섞어 놓은 상태를 가리키는 ‘비빈 밥’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전주의 식당에서는 아예 비벼서 상에 내는 경우도 있으니 비빌 일이 없다.

그런데 ‘비빈 밥’이 왜 ‘비빔밥’이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비빈 밥’을 빨리 발음해 보면 찾을 수 있다. ‘밥’의 ‘ㅂ’ 때문에 앞의 ‘ㄴ’이 자연스럽게 ‘ㅁ’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결국 본래 ‘비빈 밥’이었는데 발음 습관 때문에 ‘비빔밥’이 되고 표기마저 이리 굳어진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비빔’이 분리돼서 ‘비빔 냉면’ 등에까지 쓰이게 된 것이다. 본래 ‘비빈 밥’이었던 이 음식은 이제 다시 ‘비빌 밥’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인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새롭게 비빌 것이기 때문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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