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 언어학자, 前 서울대 교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보다는

학생들 잦은 결석이 더 문제

 

휴대전화 금지법 같은 법안은

정치인들의 경력쌓기용 ‘쇼’

 

법으로 금지하는 게 능사 아냐

공동체서 사용 판단력 키워야

지난 10월 지역 하원의원의 주간 뉴스레터에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법 찬반 질문이 있었다. 나는 반대를 눌렀다. 미국 전역의 현황이 궁금해 검색해 보니, 9월 기준 50개 주(州) 중 18곳에서는 학교 수업 중 휴대전화와 태블릿 모두 금지, 15곳에서는 부분적 금지, 나머지 17개 주에서는 주 단위가 아닌, 지자체와 학교 단위에서 금지하는 곳이 많았다. 살고 있는 로드아일랜드 주 현황도 궁금해 고등학생 조카에게 물으니 수업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일부 교사들은 교실 입구에 휴대전화 거치대를 둔다고 했다.

이런 추세라면 휴대전화 금지는 더 확산돼 머잖아 미국 전역에서 시행될 것 같다. 최근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휴대전화 금지만큼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금지 정책을 결정한 곳들도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이 조금 더 많긴 하지만, 민주당 지지 지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미국뿐일까. 2020년대 들어 많은 나라에서 휴대전화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점점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나는 반대를 했다. 25년여 동안 대학 교단에 섰던 나로서는 ‘교실의 심리’에 익숙하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분명히 방해가 된다. 한 명이 보면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한다. 분위기는 금세 망가진다. 그런 면에서 수업 중 휴대전화 금지 추세를 잘 이해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만 금지한다고 수업 분위기가 좋아질까. 이미 그 전부터 학교 현장의 수업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교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석이다. 오래된 문제이긴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잦은 결석이 훌쩍 늘었고, 학습 능력은 처지고 있다. 학교에 나온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은 오래전부터 매우 많았고, 일반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수업 시간에 제대로 출석하고, 집중한다면 학습이 잘 이루어진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교사가 수업을 훌륭하게 하든 재미없게 하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과 과목에 따라 누구는 어려워하고 누구는 잘 이해하는 편차가 있다. 성실하게 듣는다고 해도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휴대전화 금지법에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게 휴대전화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지역 하원의원 뉴스레터의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뭔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선호한다. 매주 발송하는 뉴스레터에도 그런 모습을 담으려 한다. 그래야 2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 도움이 된다. 휴대전화 금지법 같은 법안은 자신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매우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종의 정치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금지는 학생을 위해서라기보다 학교 당국과 정치인의 경력 쌓기용처럼 보였다.

반대 이유는 더 있다. 조금 더 근본적이다. 학교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만이 목표가 아니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밀착 관계가 있는 공동체다. 이 때문에 학생은 학교에서 지식만이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도 배운다. 교사 같은 어른,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조절법을 배운다. 매일 학교에서 여러 사람과 밀착 교류하면서 집중적으로 사회성을 배운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거나 싸우기도 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를 배운다.

단계별로 나뉘어 있는 학교는 단계에 맞춰 성장을 유도한다. 어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학년 무렵 사춘기를 시작하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생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점차 부모로부터 독립, 고교 졸업과 함께 사회에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 학생은 사회성과 판단력을 키우고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뉴스를 통해 그렇지 않은 학생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뉴스 밖 대다수의 학생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행동 조절 능력을 키워나간다.

휴대전화 사용 역시 사회성 발달의 일환으로 본다면 그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적절한 사용에 대한 판단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수업에 방해가 되면 당연히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사용하고 싶어 한다면 그럴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급한 일 또는 당장 연락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그 행동을 조절할 책임도 물어야 한다.

휴대전화 사용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다음 세대가, 그것이 무엇이든 ‘안 되는’ 세상에서 자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금지에 익숙해지면 소극적인 성인으로 자랄 수 있고, 그런 성인들이 만드는 사회는 점점 활기를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금지 대신 인생의 여러 가능성과 그에 대한 판단력을 키우는 세상에서 단단하게 성장한 개인이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때라야 사회는 좋은 쪽으로 발전해 나아갈 것이다. 뉴스레터 찬반 조사의 결과는 역시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렇지만 ‘뭐든지 안 되는’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기 위해 ‘반대’를 선택한 데 대한 후회는 없다.

로버트 파우저 언어학자, 前 서울대 교수
로버트 파우저 언어학자, 前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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