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주메리미’는 집 때문에 가짜로 결혼한 청춘 이야기다. 메리는 백화점 신혼부부 경품 행사에서 50억 원짜리 최고급 타운하우스에 당첨되자 전 약혼자와 이름이 같은 남자 우주와 ‘위장 부부’ 행세를 하려 한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평균 7.9년을 모아야 하는 시대, 내 집 마련이 인생 최대 난제인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 속에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라는 탄식과 냉소가 나왔다. 지난주 장강명 등 작가 5명은 동명의 단편 소설집을 출간했다. 집을 갖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고 전·월세로 살겠다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젊은이들 이야기다. 인간의 의식주 중에서 우리가 ‘주’를 누리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획했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의 서사에 집이 자주 등장한다. 박상영 작가의 단편 ‘요즘 애들’에선 이런 말까지 나온다. “너 그거 아냐? 인생은 부동산이다.”

결혼은 이제 ‘보금자리 전략’이 됐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신혼부부 중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비율이 2014년 10.9%에서 2024년 19%로 늘었다. 5쌍 중 1쌍이 미루는 셈인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집이다. 대출과 청약 유불리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뉴노멀’이 된 것이다. ‘인생은 부동산’이라는 말은 소설 속 대사가 아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 중위 가격이 상승할수록 혼인율이 줄어든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20년 9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뚫고 9월 결혼 건수는 1만8462건으로 지난해 9월보다 2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결과이지만 증가율은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50억 원짜리 집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집과 사랑을 동시에 누리는 해피엔딩 없이는 이 땅에 미래는 없다. 손원평 작가의 ‘타인의 집’ 주인공은 집 문제로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이렇게 말한다. “매주 치솟는 집값에 우린 꿈꿨던 곳에서 한 구역씩 밀려나고 있었다. 우린 그렇게 남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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