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4년 일반정부·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정부 부채는 1년 전보다 53조5000억 원 늘어난 1270조8000억 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6년 만에 소폭 하락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국가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49.7%로, 전년도 50.5%보다 내린 점을 대대적으로 강조한다.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낮아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재정 위험도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견강부회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와 부채의 관리가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가? 그리고 국가채무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선순환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낮춰 재정 위험이 완화되고 있는가? 제대로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D2)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적절하게 측정하는가? D2는 중앙·지방 정부 부채(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수치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국가별 재정 건전성 비교를 위해 쓰는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규모가 매우 작은 선진국은 몰라도 우리처럼 발전 과정에서 공기업 규모가 커진 국가엔 사실 안 맞다.

대개의 선진국은 D2와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의 규모 차이가 크지 않은 데 비해 우리는 500조 원 이상 차이가 나고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거의 확정적이어서 공공부문 부채가 재정 부담을 제대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봐야 한다. 외국은 이러니 우리도 이렇다고 국가부채 수준을 줄이는 눈속임을 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공공부문 부채가 진짜 중요한 지표임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 하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보자. 정부의 미래 경제적 부담을 측정할 때 정부의 가용 수입 대비 부채 수준을 따지는 게 맞을 것이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모두 하나의 경제주체가 활용할 수 있는 수입 대비 부채 규모 비율을 따지지 않는가? 그런데 왜 정부는 국가 전체의 총생산 대비 정부의 부채 수준을 기준으로 재정 위험을 측정하는가?

정부의 예산 규모와 대응하는 부채지표를 사용하지 않고 국가 전체의 GDP와 대비하는 것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서 꼭 필요할 경우 국민소득 전체를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가가 위태로워지는 재정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의 소득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GDP 전체가 정부의 잠재적 수입원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우 극단적인 사실을 가정하는 것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와 부채관리는 상환 의무가 있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의 부채(D2), 공공부문의 전체 부채(D3) 모두 과소 추계의 눈속임이 숨겨져 있고 진짜 재정 부담은 경제성장 규모에 몇 배나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직하고 실질적인 채무와 부채관리를 해야 하며 재정적자와 돈풀기 아닌 제대로 된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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