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공개 행사와 공개 발언을 중요하게 여긴다. 국무회의나 업무보고 생방송 중계도 그 연장선이다. 국정의 투명성 측면이나, 대통령 생각이 있는 그대로 국민과 공직사회에 전달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사이다 발언’에 치중하거나, 정치적 목적 또는 특정인 저격 수단으로 이용되면 부작용이 커진다. 무엇보다 효율적 실질적 회의 진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각 부처·기관의 업무보고 첫날(지난 12일)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런 논란을 벌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그 내용과 품격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까지 6일에 걸쳐 첫 업무보고를 받는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하고 물었다. 이 사장이 “소관은 다르지만 세관과 같이 하고 있다”며 설명하려 했으나 말을 끊고 “왜 자꾸 옆으로 새나” “참 말이 기십니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 등 핀잔을 쏟아냈다. 못마땅한 게 있더라도, 대통령의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달러를 밀반출하는 수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통령실은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했지만, 모든 서적을 다 뒤져보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대통령이 연루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등장하는 수법이기도 해 더 뜨악하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는 “환빠를 아느냐”고 물었다. ‘환단고기’를 역사로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역사학계에서는 위서(僞書)로 본다. 박 이사장이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볼지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한 것을 보면, 긍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도 비친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땐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하라”, 고용노동부를 향해선 “포괄임금제는 청년들 노동착취 수단”이라고도 했다. 도덕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접근 방식이다. 대통령의 이런 거친 언사는 품격을 스스로 허물고 정책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