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해킹 사태에 불안 증폭

 

아이들 학원가는 시간만 골라

‘자녀 납치했다’고 협박 전화

학원마다 아이 찾는 연락 쇄도

 

다크웹선 “부모번호 사고싶다”

한 명당 120원 꼴로 팔리기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최근 ‘자녀 납치’ 보이스피싱 시도가 빈발해 학부모들을 떨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쉽게 연락되지 않는 저녁 시간대를 노려 학부모에게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이른바 ‘표적 피싱’이다. 인공지능(AI) 음성을 사용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하는 양상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A 씨는 “SKT 해킹 사태 때 ‘아이가 납치됐다고 하는데, 지금 학원에 있느냐’는 학부모 문의가 많았는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인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15일 전했다.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키우는 60대 남성 B 씨는 “요즘 납치 협박 전화도 많고 세상이 흉흉하다”며 “마흔 살 넘어 얻은 귀한 딸이 걱정돼 직접 아이를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14) 양은 “11월 초에 오빠가 납치됐다는 전화가 온 적이 있는데 오후 5시여서 학원에 있는 오빠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이후 엄마에게 자주 위치를 알려주는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노린 ‘표적 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을 짐작게 하듯, 텔레그램과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 등에서는 학부모들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통되고 있다. 한 사이트에 ‘학부모 데이터베이스(DB) 판매’를 검색하자 수십 건의 광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판매자에게 ‘학부모들의 번호를 사고 싶다’고 물으니 “120만 원에 1980년생 1만 명의 번호를 살 수 있다. 최근 유출된 쿠팡 회원 정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명당 120원꼴인 셈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개인정보 유출은 2차 피해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통신사와 쿠팡 등에서 탈취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학교들도 비상이다. 자녀 납치 피싱을 주의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 한 고교는 지난 9월 “최근 들어 자녀를 납치했다는 거짓말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양천경찰서장의 서한문을 공유했다. 박춘식 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이번 쿠팡 사태를 기점으로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유출돼 납치 등 2차 피해 우려가 더 커졌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자녀 납치 피싱’ 대응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이현웅 기자, 노수빈 기자
김유정
이현웅
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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