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새출발기금이 변제능력이 충분하거나 타인에 대한 증여 등 사해행위가 의심되는 차주에게도 채무를 감면해주는 등 악용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정기감사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새출발기금이 변제가능률 100%가 넘는 차주에게 원금을 60% 이상 감면해주고, 가상자산·비상장주식 보유, 증여 등으로 재산을 숨기는 사해행위에도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캠코에 새출발기금 감면율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새출발기금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재산조사 시 가상자산 등 보유현황을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사해행위 의심자들에 대해 추가 조사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8월 31일 새출발기금을 신청한 한 자영업자는 월 평균소득이 1억954만 원, 월평균 채무상환액은 49만 원으로 변제가능률이 2만2036%에 달했지만, 채무원금 6903만 원 중 4832만 원을 감면받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원금 감면자 3만2703명 중 1944명의 변제능력이 있는 차주들이 총 840억 원을 감면받았다고 분석했다.
또 새출발기금 채무감면액이 자산 등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악용해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가상자산 또는 비상장주식 보유 사실을 숨기거나 감면 신청 직전 자신의 재산을 가족에게 증여하는 등의 사해행위 실태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을 1000만 원 이상 보유한 새출발기금 이용자는 269명으로 이들의 원금 감면액은 총 225억 원이었다. 1000만 원 이상 증여한 경우는 77명으로 66억 원을 감면받았고, 1000만 원 이상 비상장주식 보유자는 39명으로 총 34억 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또 국유재산 관리 업무를 맡은 캠코가 전체 국유지 73만 개 필지 중 7만9000개 필지(10.7%)가 무단점유 상태임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단점유 필지 중 5만8000개 필지는 변상금 미부과 상태에 놓여 있는 등 총 251억여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정훈 캠코 사장이 윤석열 정부 당시 이주호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임명됐다는 점에서 ‘전 정부 인사 견제’ 감사란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정기감사로,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