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등 진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6명이 15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통일부의 대북정책 주도권”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가 16일 예정된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에도 ‘불참’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내 자주파·동맹파의 엇박자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통일부 장관 6명은 이날 성명에서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돼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공조회의에 통일부가 불참할 가능성도 더 커졌다. 당장 16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회의가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외교부·통일부 간 주도권 다툼이 정리되지 않아서다. 외교부는 “한·미 워킹그룹과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통일부는 외교부 주도의 회의에 불만스러운 모양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서도 통일부의 협의 참석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으로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가 이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은 대북정책의 주도권이 외교부로 온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족한 워킹그룹이 사실상 미국이 남북협력을 심의하는 기구로 기능하면서 오히려 남북관계의 장애물이 됐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북이 2018년 항인플루엔자 약물 타미플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합의했음에도 워킹그룹이 운반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이번 협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외교부는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일단 한·미 워킹그룹과 이번 협의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명칭도 ‘협의체’에서 ‘협의’ 정도로 톤을 낮추는 모양새다. 이 협의가 기존의 소통 채널을 정례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협의는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JFS)에 대북정책 공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데 따라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