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대출규제로 퇴직연금이 서민들 유일한 현금 동원 수단화 돼”
서울·수도권 부동산 매력 떨어지지 않으면 풍선효과 지속 불가피
지난해 내집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 사례가 역대 최대로 집계된 가운데, 내년도엔 이같은 사례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산으로서 부동산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원천적으로 막아 버렸기에 풍선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예상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대출 수요 억제 대책인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매입을 위한 퇴직연금 중도인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운용 실무자는 “올 3분기까지 (부동산 구매를 위한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수준”이라며 “10·15대책이 4분기에 발표됐기에 올해 중도인출 건수나 액수 모두 지난해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고 인출금액은 3조 원으로 12.1% 늘었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 모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늘었다. 눈여겨 볼 점은 중도인출 사유(인원기준)다. 퇴직연금을 중간에 당겨 쓴 이유로 ‘주택구입’이 5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52.7% 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주거임차(25.5%), 회생절차(13.1%) 순이었다. 주택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3만8000명, 금액은 1조8000억 원이었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여전히 아파트 등 부동산은 매력적인 자산이며,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노후를 위한 자금인 퇴직연금을 미리 빼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정부의 규제로 금융권 대출이 전면적으로 막히자 서민들은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퇴직연금에 더욱 기대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매입 잔금이 턱없이 많이 남았을 경우는 매입 자체를 포기하겠지만, 퇴직연금이 커버할 수 있는 1억~2억 원, 혹은 수억 원 정도일 경우 노후 생활보다는 현재 주택구매를 위해 중도인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부작용을 예상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수도권 지역 부동산 자산에 대한 매력이 크고, 유동성이 과잉인 상황에서 수익적 측면에서 부동산을 포기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 오름세는 연금 수익률 보다 월등히 높다”며 “수도권 공급대책 현실화 등을 통해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막지 않는 이상 노후를 불안정케할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같은 행태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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