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자정이 넘은 심야 시간에 SNS 문자를 받는 장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열정에 놀라고, 지치지 않는 체력에 또 놀란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언제 자는지 궁금해 한다. 지난 10월 말과 11월 초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와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연이은 힘든 외교 일정을 소화한 뒤 피로와 몸살 증상이 겹쳐 소방 공무원과의 오찬(11월 5일)을 취소한 것 외에는 사실상 공식 일정에 차질이 빚은 적도 없다. 참모와 측근들은 이 대통령의 체력은 타고났으며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저런 도파민이 샘솟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건강을 옆에서 챙기는 김혜경 여사는 “대통령께서는 ‘1년 전 얼음 아스팔트 위에서 키세스단이 쉬엄쉬엄하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잠을 아끼고 서류를 꼼꼼히 챙긴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현지 한인 여성 활동가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일종의 소명(召命)의식이란 것이다. ‘키세스단’은 은박 담요로 몸을 감싼 시위대를 말한다.

대통령 일정에서 조찬 행사를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은 새벽까지 일하고 자는 ‘올빼미’형 같다. 대통령의 결정과 판단은 국정은 물론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 그래서 건강과 체력이 관심 대상이 되고, 지나친 열정이 되레 우려를 낳기도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의 행보 중 상식과 어긋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어 의구심을 사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학계에서 위서(僞書)로 판단한 ‘환단고기’ 얘기를 꺼내고, ‘책갈피 100달러’ 발언으로 외화 밀반출 수법을 공개했다. 앞서 여순 10·19 사건 77주기 메시지와 북한 주민이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국정 추진력을 확보하려는 정무적 발언이라면 더더욱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지금 소명의식에 휩싸여 열정에 불타는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5단계 착각 중 첫 번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다음인 ‘권력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전에 대통령 스스로가 통제하는 자기 수양, ‘극기(克己)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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