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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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어머니께 치매 신약을 맞춰 드리지 못해 속상해요. 제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희 남매를 혼자 키우시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어요. 3년 전 어머니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채 저에게 연락도 하지 못했고, 결국 제가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어머니는 치매 약 두 가지를 꾸준히 드셨고, 지금은 누나가 모시고 살면서 데이케어센터에 가세요. 하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데이케어센터 측에서도 점점 대소변 가리기 문제가 심해지고, 식사하신 사실조차 까먹고 계절이나 밤낮의 개념이 없어지다 보니 어머니의 요양원 입소를 권하고 있습니다. 치매 치료약이 효과도 없고, 요즘 나온 신약 레카네맙을 맞춰드리고 싶은데 18개월간 6000만∼8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니 아내와 상의해도 눈치가 보이네요.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돈을 벌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어머니께 죄송하고 너무 속상합니다.

A : 신약도 진행 늦출뿐 완치는 안돼… 무력감 갖지 말길

▶▶ 솔루션

우리 각자 인생의 시계와 의학의 발전이 들어맞지 않다는 점은 속상한 일입니다. 예컨대 폐결핵은 지금은 치료제 복용을 통해 대부분 완치되지만, 불과 오십 년 전만 해도 결핵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신약에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주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를 억제하던 예전의 인지기능 개선제와 달리, 최근에 처방되기 시작한 레카네맙 및 곧 출시될 도나네맙 등은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전구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계에서 예방합니다. 초기부터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는 것을 막기 때문에, 치매의 진행을 3년에서 최대 8년까지 늦춘다는 결과로 주목받습니다.

직접 진료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진행된 어머님의 현재 상태로 미뤄보면 레카네맙이 맞는 상태는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레카네맙은 중기 이후의 치매를 치료하거나, 뇌세포를 공격하는 타우단백질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타우단백질의 전 단계의 베타아밀로이드가 타깃이므로 인지기능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에서 22점 이상일 때만 처방합니다.

어머님께서 현재 치매 약을 두 가지 드시려면 MMSE 19점 이하여야 되기 때문에 중등도 이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MMSE 22점뿐만 아니라, 뇌기능영상(PET)으로 베타아밀로이드의 침착이 확인돼야 하며, APO E4 유전자가 한 쌍 중에 1개만 있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있습니다. 물론 알아보신 비용도 큰 걸림돌입니다. 완치 비용까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 경제적인 부분을 먼저 탓하기 쉽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누구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과 가족의 죄책감을 파고들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돈이 더 있다면 무엇인가 될 것 같은 생각을 이해합니다만, 어머님과 함께하는 길고 긴 싸움을 지혜롭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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