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 호주, 청소년 SNS 차단 시행
거식증·온라인 괴롭힘 악영향
페북·인스타·유튜브·레딧 등
10곳에 16세 미만 계정 차단
보안·안전 취약한 플랫폼으로
법망 바깥 SNS앱 우회처 부상
각국도 주시하며 시행 조율중
호주가 세계 최초로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자 이를 우회하는 대체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풍선 효과’로 오히려 청소년들이 보안과 안전장치에 취약한 SNS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국가들이 선두 주자인 호주의 사례를 지켜보고 자국에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규제 효과와 파생되는 사회적 부작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NS 제한 배경은… “청소년 성장·정신 건강 위협”= 호주는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X·유튜브·틱톡·스냅챗·레딧·트위치·킥 등 10개 SNS에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을 차단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법 시행을 앞둔 지난 6일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문화적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가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이용을 차단하는 강수를 둔 데는 최근 SNS로 인한 청소년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는 판단에서다. SNS를 접한 뒤 정신질환을 겪거나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호주 동남부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 사는 14살 남학생 올리 휴즈는 지난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리는 피트니스 등 자기 관리에 관심이 컸는데, 2023년 틱톡 등 SNS를 접한 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됐다. 거식증으로 불과 1년 만에 74㎏에서 40㎏대로 몸무게가 급감했고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냅챗에서 친구들로부터 ‘자살하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 기관 e세이프티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13∼15세 중 57%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3%는 ‘자살·자해하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러 연구 결과에서 SNS가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 제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대체 서비스 ‘반사 이익’… 실효성 의문 제기도= 정부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법망에서 제외된 대체 SNS로 청소년들이 몰리면서 우려했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 시행 첫날(10일) 호주의 아이폰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레몬8’과 ‘요프’(yope), ‘컨버스타’ 등 SNS 플랫폼이 1∼2위에 올랐다. 레몬8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만든 사진 등 이미지 기반 SNS 앱이다. 요프는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며 채팅하는 비공개 SNS 앱, 컨버스타는 틱톡의 대안을 표방하는 플랫폼이다. 이는 틱톡·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기존의 인기 있는 SNS 플랫폼 접속이 막히자 청소년들이 대체 앱으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대체 SNS 앱이 우회처로 급부상하면서 오히려 보안이나 안전에 취약한 플랫폼에 청소년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서린 페이지 제프리 시드니대 박사는 “우리는 전면적인 금지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은 온라인 공간을 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도 성명에서 “우리는 졸속으로 마련된 법 때문에 청소년들이 규제 수준이 낮은 플랫폼이나 앱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고 지금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역시 해당 규제 시행 전 “이 법은 온라인에서 아동을 더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호주의 아동들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법안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은 지난 12일 호주의 대법원에 ‘16세 미만 SNS 접속 금지법’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국가들도 도입 검토… 호주 사례 예의 주시= 호주가 가장 먼저 청소년 SNS 규제를 꺼내 들면서 이와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던 다른 나라들은 실제 효과 등을 지켜본 뒤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덴마크는 지난달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플랫폼 이용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시행 시기를 밝히지 않았는데 호주의 사례를 지켜본 뒤 내년 법 제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16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SNS에 사용자 연령 확인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노르웨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한 조치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알고리즘이 미치는 악영향에 주목하며 아동의 SNS 사용 금지 검토에 들어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0일 “모든 SNS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고, 기준 연령을 15세나 16세로 정할 것”이라며 “목표는 내년 초 정부 법안을 제출하고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최근 16세 미만은 법적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SN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은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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