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자율주행 ‘FSD 쇼크’ - (下) ‘엑소더스’ 악순환 끊어야·끝

 

자율주행 개발 빠른 편이었지만

더딘 상업화에 유망기업 해외로

 

한국 기술경쟁력, 미국 89% 수준

홀로서기 못하면 美·中 종속 우려

정부 지원으로 기술격차 줄여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구글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가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구글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가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내연기관차 시대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했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전동화·자율주행 단계로 넘어가며 급격히 위상을 잃은 건 판매뿐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분야에서 홀로서지 못하면 미국·중국의 기술에 종속되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임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포지티브식 규제가 각종 사업 모델 창출을 막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기업들을 해외로 떠나게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외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규제 개혁을 통한 상업화 추진은 물론 자율주행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1위 업체인 구글 웨이모는 누적 투자 유치액이 110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한다. 중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포니.AI는 15억 달러, 영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웨이브는 11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반면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82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국내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지만, 웨이모와 비교하면 채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시작은 오히려 빠른 편이었는데 각종 규제가 너무 오랫동안 상업화 등을 막고 있다 보니 시장에 돈(투자)이 돌지 않고 있다”며 “결국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떠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로보택시·무인 셔틀 상업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비상 상황 시 무인주행차의 안전을 책임질 원격제어도 현행법상 ‘주차’로만 규정돼 있어 기업들은 리스크를 떠안지 않기 위해 무인주행 테스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안방 규제로 인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미국·중국 등과의 자율주행 기술력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한국지능형교통시스템(ITS)학회 논문지에 실린 ‘선진국 대비 자율주행 기술수준 비교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경쟁력은 기술 선도국인 미국 대비 89.2%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대상국가는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 등 5개국이다. 기술 종합 평가를 100점 백분위로 환산한 결과 미국은 100%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92.4%)과 유럽(92.5%)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고, 한국(89.2%)과 일본(86.7%)이 뒤를 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에 있어 일종의 ‘신경망’인데 우리가 미국·중국산을 가져다 쓰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외국 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며 “자율주행을 단순히 기업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적인 당면 과제로 접근해 조 단위 이상의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최지영 기자
이근홍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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