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성이 뚜렷한 내란재판부 설치 입법을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가운데, 대법원이 자체 예규로 ‘중요 사건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방안을 18일 제시했다. 여권 압박에 밀린 결과이긴 하지만, 위헌 요소를 없애고 사법 시스템 내에서 대안을 마련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방안이 제시됨으로써 관련 법안의 명분도 근거도 더 희박해졌다. 위헌적 법률을 의석수만으로 강행 처리한다면, 헌법 수호 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행정 예고한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 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안(案)에 따르면, 전담 재판부 설치 대상이 되는 중요 사건은 ‘내란·외환, 군형법상 반란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며,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사건’을 말한다. 예규 시행 후 기소되거나 항소가 된 사건에 적용토록 함으로써 ‘처분적 조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재판부 지정에서 ‘무작위 배당’ 원칙도 지키게 된다. 이 예규가 시행되면,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첫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내란재판부가 설치되지만, 외형상 위헌·위법 시비는 피할 수 있다.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은 전국법관회의 등 법원 내부 인사로 구성한 추천위가 담당 판사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누구나 평등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헌법 제27조)부터 침해한다. 대법원 방안에 대해 조국혁신당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주의 토대인 삼권분립을 허물 생각이 없다면,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대법원 예규가 입법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동원하지 말고, 이쯤에서 논란을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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