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을 살리는 사람들

(14) 윤석호 뚜쥬루 대표

 

뚜쥬루, 1998년 서북구에 정착

‘빵돌가마마을점’ 2013년 오픈

KTX천안아산역에서 차로 15분

평일 낮에도 연인·가족 문전성시

 

모든 재료 천안지역 농산물 사용

돌의 열기와 원적외선으로 구워

더 바삭 더 촉촉… 풍미 극대화

4개 점포 총매출 올 310억 추산

윤석호 뚜쥬루 대표가 지난 17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의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점’에서 빵돌가마와 ‘돌가마브레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윤석호 뚜쥬루 대표가 지난 17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의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점’에서 빵돌가마와 ‘돌가마브레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천안=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충남 천안시가 대한민국 최대 규모(2만9000㎡·약 9000평)의 빵집을 보유한 ‘뚜쥬루’를 거점 삼아 경제활력을 더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제과·제빵 애호가들이 ‘빵돌가마마을’이 있는 ‘뚜쥬루’를 방문한 다음,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천안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일종의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뚜쥬루의 대표메뉴인 ‘돌가마만주’와 ‘거북이빵’은 천안의 특산물인 호두과자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7일 KTX 천안아산역에서 차로 15분을 이동해 독일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떠올리게 하는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점’을 찾았다. 이 마을은 축구장 4개 넓이를 합친 크기보다 더 넓은 까닭에 마을에 진입하면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마을 이름에 붙은 빵돌가마는 ‘빵 속에 담긴 진정성’이라는 뚜쥬루의 정체성이 담겼다. 타이머를 맞춰 놓고 시간 맞춰 꺼내기만 하면 되는 일반 오븐과 빵돌가마는 차원이 다르다. 돌을 데운 열기와 원적외선으로 구워내는 뚜쥬루의 빵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해 겉은 더 바삭한데 속은 더 촉촉한 식감과 풍미를 지녔다. 6시간 동안 푹 끓여낸 팥을 넣은 돌가마만주와 천연효모를 14시간 이상 발효해서 빚은 거북이빵은 뚜쥬루의 장인정신이 깃든 공전의 히트작들이다.

빵돌가마를 비롯해 카페·제분소·케이크 하우스에다 어린이 체험장까지 갖춘 이 마을에는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든다. 평일 낮 시간에도 빵돌가마마을점 주차장은 하루 종일 만석이다. 이날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의 빵돌가마마을점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윤석호(71) 뚜쥬루 대표는 “전국 최고의 명품 빵집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뚜쥬루를 개점했다”고 말했다.

뚜쥬루는 지난 1998년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에 뿌리를 내렸다. 거북이점(불당동)과 갤러리아백화점센터시티점(천안아산역)이 탄생했고, 지난 2013년 빵돌가마마을점이 문을 열었다. 대우건설 출신인 윤 대표는 1970년대 후반 아프리카 수단에서 3년간 근무하는 등 해외로 나갈 일이 많았다. 그 덕분에 윤 대표는 일본의 마루비시가 설계·시공한 돌가마를 뚜쥬루에 도입할 수 있었다. 돌가마의 원재료인 돌은 스페인에서 들여왔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일본과 유럽에는 단독으로 건물을 쓰는 빵집이 많았는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빵집들은 아파트 상가나 도로변에 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1983년부터 5년간 성정동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기억을 되살려 성정동에 뚜쥬루를 열었고, 이를 계기로 교외에 단독으로 개점한 빵집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뚜쥬루에서 굽는 모든 빵은 천안 농산물로 만들어진다. 판매 1위 제품인 돌가마만주는 주재료인 팥부터 무농약 딸기·밀·쌀·달걀·꿀까지 전부 천안에서 재배한 농산물들이다. 돌가마만주에는 개당 50g의 팥이 들어가는데, 빵돌가마마을점에서는 하루 최대 100㎏ 규모의 팥을 끓이기도 한다. 들판에서 주로 자라는 쑥의 경우 중금속과 미세먼지에 오염될 위험이 있는 탓에 뚜쥬루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 농산물을 매입하기 위해 뚜쥬루는 연평균 12억 원가량을 쓰고 있다. 윤 대표는 “가공된 외국산 팥을 쓰면 훨씬 저렴하고 다루기가 간편한 대신 제품의 품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재료가격뿐 아니라 직접 팥을 삶고 있어서 인건비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떠올리게 하는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점’에서 관계자가 천안팥을 직접 끓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떠올리게 하는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점’에서 관계자가 천안팥을 직접 끓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현재 뚜쥬루의 4개 점포는 모두 천안에 있는데, 이들 점포의 매출 총합은 올해 31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는 대전의 성심당과 군산의 이성당에 이어 동네 빵집으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매출이 컸지만, 올해는 뚜쥬루가 이성당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 빵집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서로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특히 이들 빵집 대표들은 50년 가까이 ‘한 울타리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한울회’를 구성해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4년마다 회장이 바뀌는데 현재는 윤 대표가 맡고 있다. 윤 대표는 “2개월에 한 번씩 부부동반으로 유럽 여행을 갈 정도로 돈독하게 우애를 다지고 있고, ‘2세’들끼리도 친하게 어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구 빵집으로 우뚝 선 뚜쥬루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향토기업이자 제과제빵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뚜쥬루 4개 점포의 직원과 시간제 근무자는 총 333명으로 이들 중 절반은 천안 출신이며, 대다수는 현재 천안에 거주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과 매년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천안시청 여성가족과와 함께 신생아 출생 가정에 쌀 케이크를 연간 1억 원어치(개당 2만3000원)를 전달하고 있고, 매달 장애인 시설에 연 600만 원 규모의 생크림 케이크를 기부한다. 천안교육청과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매년 운영 중이다. 이달 초 천안시는 내년도 고향사랑기부금의 답례품으로 28개 업체 74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뚜쥬루 상품권’을 신규 품목으로 추가했다. 윤 대표와 뚜쥬루는 경북 등 타 지역의 초청을 받아 기업설명회를 실시하거나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백화점에 입점해서 집계가 어려운 갤러리아백화점센터시티점을 제외하고, 뚜쥬루 3개 점포의 연간 결제 건수는 140만 건에 달한다.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뚜쥬루의 핵심 고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뚜쥬루의 연간 방문객은 5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뚜쥬루는 천안시와 함께 ‘콘빵투어’ 등 다채로운 지역관광 활성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콘빵투어는 상반기(3∼6월)와 하반기(9∼11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의날)에 천안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관람한 뒤 병천순대 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빵돌가마마을점을 방문하는 코스다. 휴가 기간에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거북이빵과 음료수 등 2만 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뚜쥬루는 20여 개 관광업체와 국내외 관광객, 제과제빵 업계 관계자들을 더욱 끌어모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 대표는 “독립기념관뿐 아니라 태조산 등 천안에는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무척 많은데, 이왕이면 우리 뚜쥬루가 천안 관광의 출발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뚜쥬루는 프랑스어로 ‘항상’이라는 뜻인데 언제나 뚜쥬루가 천안시민들의 자부심이라는 마인드로, 뚜쥬루를 더욱 가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우 출신’ 개척정신… 거대 프랜차이즈 맞서 천안대표 빵집 우뚝

 

■ 윤 대표의 못다한 이야기

서울 개업후 곡절… 천안서 재기

“작은 기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성취하고 싶습니다!”

대우건설 출신인 윤석호 뚜쥬루 대표는 신입 과장 연수 도중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윤 대표가 ‘다시 사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하시겠냐’고 물었더니 김 회장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화답했다. 윤 대표는 김 회장의 답변에 감명을 받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윤 대표의 처가가 제과점을 운영했던 영향을 받아 평소에도 빵집 운영에 관심이 컸다고 한다. 당시 최고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빵집을 차리겠다니까 온 가족이 뜯어말렸지만, 윤 대표는 지난 1992년 5월 서울 동대문구 용답동에서 뚜쥬루를 열었다.

뚜쥬루가 오늘날 천안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의 ‘거대공룡’들과 싸워야 했다. 프랑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뚜쥬루를 CJ의 ‘뚜레쥬르’와 혼동하거나, 뚜쥬루가 모방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뚜레쥬르의 첫 개점은 1997년이다. 윤 대표는 “뚜레쥬르가 인수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면서 “뚜레쥬르가 뚜쥬루와 유사해 상표 등록이 불허됐을 때도 뚜레쥬르의 요청으로 상생협력계약서를 맺고, 무상으로 상표 사용에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전날 만든 빵을 다음 날 50% 할인해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인물이다. 맛과 신선한 빵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뚜쥬루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빵집으로 성장해갔다. 그러자 이번엔 파리바게뜨와의 마찰이 있었다. ‘빵돌가마마을점’에 있는 박물관인 ‘뚜쥬루 비하인드 스토리’ 벽면 한쪽에는 “파리바게뜨가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건물주와 함께 700만 원이던 월 임대료를 1500만 원으로 올렸다”고 적혀 있다. 윤 대표는 수억 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날렸고, 1998년 천안 성정동에서 뚜쥬루를 재개업했다고 한다.

대우그룹에 입사한 후 윤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아프리카 수단 땅에 호텔과 타이어 공장을 지으면서 김우중의 개척정신을 배웠다. 고생했던 만큼 성장했기에 윤 대표는 35년째 월드비전을 통해 수단에 기부하고 있고, ‘이태석재단’에 후원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제과제빵사를 꿈꾸는 이들이 창업보다는 정석대로, 기초부터 튼튼히 기술을 연마한다면 명장이 돼 훌륭한 베이커리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갖는다면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있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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