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 정치부장

 

거대 양당의 독주·노선투쟁에

‘불임의 장’으로 전락한 국회

차기 지도자 ‘의견유보’ 58%

 

양당 대표 ‘집토끼’ 좁게 정의

외연 확장 없는 ‘저생산 정치’

丙午年엔 혁신적 리더십 절실

2025년 세모(歲暮)에도 한국 정치는 혼돈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년간 탄핵과 대통령선거를 거쳐 신(新)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갈등의 정치’는 종식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3일 위헌 소지가 다분한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법안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내년 초 제2차 종합특검 발의 시간표까지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과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를 둘러싼 내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일방 독주’와 ‘노선 투쟁’에 갇혀 골수 지지층 잡기에만 몰두하면서 국회는 ‘불임의 장’이 됐다. 올해 말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법안만 130여 건이 되지만, 민주당은 검찰·사법개편에만 집중하고 국민의힘은 민생법안에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 급변과 보호무역 대두, 환율 비상 속에서 갈 길 바쁜 대한민국은 정치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한국은행 추산 올해 경제성장률은 1.0%, 1960년 이후 한국은행 집계 중 5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

‘저(低)생산의 정치’를 끊어내야 하는 1차적 책임을 짊어진 양당의 리더십을 보면 내년도 절망적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팬덤과 강성 지지층 덕분에 당선됐다는 태생적 한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낮에도, 밤에도 강성 지지층과 원활히 소통”(한 민주당 인사 전언)하지만, 언론과는 접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내에서 엄포용으로 여겨졌던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법안에 올라탔다. 장 대표는 “나에게는 계획이 있다”지만, 이 계획에는 지난 3일 계엄 1년 즈음 사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원조 친윤(친윤석열)’ 윤한홍 의원의 면전 비판에도 아직 계엄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집토끼’를 지킨 뒤 ‘산토끼’를 잡겠다는 양당 대표의 현재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집토끼’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정규분포 곡선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극소수다. 표준정규분포 곡선에서 양극단은 각각 4%다. 12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자유응답)에서 정 대표(3%), 장 대표(4%)가 얻은 응답률이 이와 비슷한 수치다.

정치는 내 편을 더 많이 만드는 경쟁이다. 양당 대표 전략이 이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같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당층에서 정 대표가 얻은 응답률은 0%, 장 대표의 응답률은 3%다. 주요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인물 부각이 두드러지지 않는 특성이 있지만,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당 대표치고는 낮은 수치다. ‘의견 유보’도 58%(무당층에선 79%)에 달하는데, 2022년 6월 이후 역대 조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금 양당 대표가 만들어 놓은 정치 구도·지형에 대한 불만, 또는 무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극단 성향 지지층과 당내 강성파에 의존한 양당 대표의 입지는 불안하다. 지난 8월 취임한 정 대표는 임기가 절반이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의 ‘엇박자’ 논란, 강성 법제사법위원들에 대한 통제 불능 등이 겹치면서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다. 내년 김민석 국무총리 당 대표 출마설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취임 100일이 지난 장 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에 더 힘을 쏟으면서 비전 제시에 소홀하다는 비판 속에서 내년 설을 앞둔 ‘2월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장외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힘을 키우고 있다.

정치 본연의 기능이 되살아나야 대한민국이 활로를 찾는데, 내년까지 햇수로 3년째에도 여야가 계엄 프레임에 매몰되면 무당층의 정치 이탈은 더 커지고 민주주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 폭주’를 멈추고 야당과 유관 기관의 의견을 신중히 청취하기를,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과 이후 보수의 가치·비전을 고민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때마침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역동적 변화를 의미하는 붉은 말의 해다. 어느 때보다 정치에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양당 대표에게 타협과 자제에 바탕을 둔 성숙한 리더십을 요청한다. 과거와 절연하고,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독립하는 용기를 내기 바란다.

신보영 정치부장
신보영 정치부장
신보영 기자
신보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