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범국민적 반대 입장이 뚜렷했던 일본에서 ‘핵무기 보유’ 주장이 정부 심층부에서 제기됐다. 일본 재무장을 우려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공감하기 어렵지만, 일본 기류가 바뀔 정도로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사실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 총리 관저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지난 18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힌 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 3원칙’(핵무기 제조·보유·반입 금지)을 더 이상 견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자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이어서 핵에 대한 일본 국민의 거부감이 여전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세 측면에서 근본적 상황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첫째, 미국의 자국 안보 우선주의로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어 플랜B가 필요하다. 둘째, 미국·러시아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 밖에 있는 중국의 핵 무장이 통제 불능이라는 점이다. 중국 핵탄두는 2025년 600개에서 2035년엔 1500개로 늘 것으로 관측된다. 셋째, 150개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탄두는 5년 후 2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영국 수준의 핵 능력을 갖게 된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전술핵 공격 위협이 공공연했다.
이런 위협은 일본보다 한국에 대해 더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에 눈감은 채 ‘북한이 한국의 북침을 걱정한다’고 하고 ‘핵 없는 한반도’론을 편다. 그러면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굳이 원잠 아닌 핵잠으로 부른다. 핵잠 건조가 핵무기 보유인 양 착시효과를 노리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본은 우라늄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능력이 있어 6개월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은 잠재적 핵 역량이 없어 최소 4∼5년이 걸린다. 동북아 핵 경쟁에서 소외되고 낙오하면 안보가 무력화될 위험이 크다. 일본의 핵무장론을 계기로 이 정부도 북·중·러 핵에 대한 실효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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