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인증 의무화 실시

 

대포폰 차단 ‘피싱 방지’ 목적

패스 앱으로 얼굴 촬영후 등록

 

정부 “생체정보 저장 안돼 안전”

중국선 얼굴정보 헐값거래 빈번

주진우 “사생활 침해… 철회해야”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 안면 인식이 의무화된 23일 시민들이 한 통신사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 안면 인식이 의무화된 23일 시민들이 한 통신사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고객님의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 인증과 안면 인증을 진행해 주세요. 신분증 사진과 얼굴이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자들이 스마트폰 패스 앱에서 보게 될 문구다.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 인증 의무화 제도가 이날부터 시범 실시된다. 정부는 본인 인증 절차가 강화되면 대포폰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비가역적인 생체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통신 3사와 43개 알뜰폰 사업자는 휴대전화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개통할 때 의무적으로 가입자의 얼굴 사진을 찍어 인증해야 한다. 기존에는 신분증만으로 본인 인증을 진행했지만 패스 앱을 통한 안면 인증 절차가 추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도용·위조된 신분증으로 개통한 ‘대포폰’을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3월 23일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모든 개통에 안면 인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안면 인증 절차에서 개인의 얼굴 정보가 수집·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2019년 12월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인데 온라인 등지에서 얼굴 정보를 포함한 개인 정보가 헐값에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다. 제도 도입 명목이었던 통신 사기 역시 전혀 줄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빈민층이 자신의 얼굴 정보로 개통한 전화번호를 팔고 이 번호가 전화 마케팅이나 보이스피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본인 인증 목적 외에 정보가 저장·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출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패스 앱을 통해 신분증의 얼굴 사진과 신분증 소지자가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면 결과값(Y·N)만 저장·관리하고 인증에 사용된 생체정보 등은 촬영한 휴대전화, 패스 앱 또는 관리 시스템에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인증 절차 과정에서 개인 얼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선 안면 인증을 해야 한다는 점원과 해킹 우려를 토로하는 손님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조모(30) 씨는 “2년 동안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바꾸기 위해 방문했는데 안면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며 “안면 인증 자체가 너무 찝찝하다. 쿠팡 때문에 집 주소도 해킹됐는데 이젠 고치기도 힘든 얼굴 사진마저 유출될까 봐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얼굴 사진을 촬영해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됐다”며 “노인들은 신분증에 20여 년 전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신분을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 외에도 얼굴에 화상을 입은 환자, 알츠하이머를 앓아 안면 근육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 등 장애인의 경우 얼굴 인증 자체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 얼굴 정보를 대규모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처럼 사실상 대국민 통제 장치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안면 인증 의무화는 민감한 신체 정보를 사실상 강제 수집하는 중국 방식”이라며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고 프라이버시 침해이므로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부는 얼굴 인증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나 공항 출국장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개통 시 도입이 정부의 통제 장치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구혁 기자, 노수빈 기자, 윤정선 기자
구혁
노수빈
윤정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9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