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대만 有事’ 발언 중일 갈등 고조
대만 우선 방어 美 보고서 내놔
한일 등 집단방어 기여 요구해
한국 과도 개입시 리스크 우려
동맹 현대화로 대북 방어 우선
中 서해구조물 공동 대응 필요
역사상 양안(중국과 대만)은 세 차례 충돌했다. 대만해협 1차 위기(1954∼1955년)와 2차 위기(1958년)는 진먼다오(金門島) 등을 둘러싼 국지전이었다. 핵무기가 없던 중국에 미국이 핵 사용을 위협해 분쟁을 해소했다. 미·중 수교 이후인 3차 위기(1995년)는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독립 의지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이 둥펑(DF)-15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미국이 2개 항모 전단을 배치해 제해·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일단락됐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연이어 집권한 2010∼2020년대 양안 위기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은 해·공군력 대폭 증강과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 대만 전력을 압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22년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무력 사용을 통한 대만 통일 의지를 천명했다. 시 주석 장기 집권의 명분이기도 하다. 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에 대만 침공 시나리오마저 거론된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지난달 ‘대만 유사(有事)는 존립 위기 사태’ 발언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내정(內政)인 대만 문제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 억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이 최근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대만해협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압도적 군사력으로 분쟁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동맹국들이 나서서 집단 방어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 도련선(島련線·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보호에 초점을 맞춰 국방 지출을 늘리라는 것이다. 세계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남중국해와 반도체 우위를 지닌 대만 방어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밀접하다는 표현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방위비를 증액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한국에 재래식 무기 대북 방어 주도권을 부여한 측면도 있지만, 대만 방어 기여와도 관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관세·안보 공동 팩트 시트의 ‘역내 모든 위협에 대한 주한미군의 재래식 억제력’ 강조 역시 주한미군이 제1 도련선 방어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 역시 대북용 외에도 중국 핵잠수함 추적을 위한 동·남중국해로의 작전 반경 확대를 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동맹의 대만 방어 확장 전략에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1기 때와 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한 현실주의에 입각한 대중 관계 변화다. 중국의 군사력 투사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면서도 NSS 곳곳엔 중국과의 거래적 관점, 즉 경제적 균형과 상호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세력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 요구에 따라 제1 도련선 방어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미국이 경제적 이유로 동맹국 배려 없이 중국과 갑자기 타협했을 때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대만 유사 사태 때 한국이 중국의 직접적인 공격 표적이 되거나 제1 도련선으로 전선이 확대될 경우 대북 방어망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한국이 대만 문제에 어느 선까지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지역 분쟁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2006년 합의를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대만 문제에는 비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재래식 무기 고도화를 통한 미국과의 대북 ‘핵-재래식 통합(CNI)’ 방어 능력 확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공세적 활동과 함께 불법 구조물 설치 등을 통해 서해 내해화(內海化)를 노리는 중국의 팽창 정책에 대해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내달 초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의와 함께 반드시 제기해야 할 의제다. 대만 문제 역시 한국과 일본을 갈라놓으려는 중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구할 경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중립적 입장 견지가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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