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곽성호 기자

조금은 즉흥적인 여행이었지만, 콧바람 쐴 핑곗거리는 꽤 많았다.

첫째의 생일이었고, 애 엄마는 부산 출장이었다. 부산을 습격하는 것이다. 저녁은 자갈치시장에서 해산물을 먹고, 다음 날엔 달맞이 고개에 올라 우아하게 동해 너머 태평양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긴 다음 국제시장 구제골목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매우 아름다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 도착도 전에 휴대전화 메시지로 음식점 명함이 날아들었다. 아이 엄마와 같이 작업하시는 작가 선생님 내외께서 반드시 같이 가봐야 한다는 ‘찐’ 맛집이라 강권하며 역까지 마중을 나오시는 바람에 조그만 재래시장을 거쳐 골목 안쪽 아담한 음식점에 이르렀다. 관광객처럼 보이는 이는 우리 가족뿐. 이른바 ‘찐’ 로컬 맛집 분위기다. 메뉴판도 없다. 그저 오늘 뭐가 되는지 물어야 ‘그날만’의 차림표를 직원이 읊어준다. 물론 제철 해산물이 주다. 맛난 음식의 향연이 끝나갈 무렵 머리 희끗희끗한 쥔장께서 의자를 끌고 와 합석을 한다. 별다른 주저함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을 보니, 선생님 내외는 이미 오랜 단골이었던 듯싶다. 받아든 맥주잔을 쥔 손이 지난 세월을 말해준다. 손 마디마디 관절은 부풀어 올라있고, 마를 시간 없는 겨울 찬물에 벌겋게 열이 올라 있다. 서른에 식당을 시작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으니, 서른다섯 해를 넘기고 있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찾아 매일 새벽과 오후에 장을 두 번씩 본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그날 준비하는 음식이 다를 수밖에…. 음식은 가까운 곳에서 나온 제철 재료로 만든 것이 가장 맛난 법인데, 쥔장의 인생 이야기가 양념으로 들어가니 더할 나위 없는 천상의 맛이다.

■ 촬영노트

손이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고 한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손맛 덕에 찐~한 부산의 기억이 하나 추가되었다. 부작용으로는 저 멀리 태평양을 품어보기로 한 브런치가 사라졌다. 대신 숙소 앞 복국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곽성호 기자
곽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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