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권력에 취하면 고칠 약도 없어
총선·대선 이긴 與의 권력 폭주
검찰 없애면서 권력 감시 못해
최민희 장경태 김병기 줄 의혹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이 뭉개
‘절대 권력은 부패’ 뜻 새겨야
술에 취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가면서 제정신을 찾는다. 그런데 권력에 한 번 취하면 깨어나기가 쉽지 않다. 취하면 취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자각 증상이 없어 권력에 취했는지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가 정립된 나라일수록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촘촘히 마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압승에 이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많은 국민은 권력 남용을 걱정했다. 압도적 과반 의석에 대통령 권력까지 장악하면 눈앞에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각에선 집권 경험도 있는 민주당의 ‘집단지성’이 균형을 잡아 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 놀라고 지친 국민을 달래고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줄 것이라 믿었다. 집권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는 헛된 망상이었음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가장 먼저 검찰을 무력화하고 없애는 데 집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아니었으면 검찰 때문에 정계를 떠나고 영어의 몸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러니 검찰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었을 것이다. 개인적 악연과 조직의 필요성은 다른 차원인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을 괴롭혀온 검찰을 폐지함으로써 눈엣가시 같던 조직을 사라지게 했다. 경찰이야 권력의 말을 잘 듣는 본성이 있는 만큼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주면 충분히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나마 권력 감시의 최첨병인 검찰이 없어지고 사법부도 온갖 압박으로 겁을 준 상태이기 때문에 여당 인사들의 행보는 과감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과감하게도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부적절하다는 많은 언론의 지적이 있었지만 강행했다. 화환이 넘쳐났고, 축의금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여론과 야당이 사퇴 요구를 했지만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못 챙겼다”는 황당한 말을 했고, 여당은 ‘동지’라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의 과방위에서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고의로 유통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배 책임을 물리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최 위원장 딸 결혼식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하면 이 법에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회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휘말린 장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2차 가해까지 버젓이 감행했다. 여직원의 증언과 고소 등이 있었지만, 당 윤리심판원은 몇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서울시당위원장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보좌진 갑질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최근 불거진 김병기 원내대표의 갑질을 보면 기가 막힌다. 보좌진 6명을 한꺼번에 경질하고 이들의 취업까지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항공사, 병원에 대한 청탁과 부인의 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 사용, 국가정보원 아들의 ‘아빠 찬스’까지 헤아릴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이 중에 하나만 나와도 거취를 결단했는데 이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되레 이런 비리를 폭로한 전직 보좌진을 공격하고 있다. 부끄러움이 없다.
왜 이럴까. 우선 검찰이 무력화되면서 더는 여당 인사들을 감시하고 처벌할 기관이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은 이미 검증됐다. 겁먹은 법원도 정치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당을 견제할 야당은 힘이 없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원내대표 문제를 마치 내부 권력 다툼으로 취급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도 구린 구석이 있는지 별로 비판에 나서지 않는다.
감시와 견제가 사라진 권력은 독재로 이어진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더니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권력을 부여한 국민이 등을 돌리면 신기루처럼 없어진다. 여당 의원들은 자신들은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예외는 없다. “권력을 제한하지 않으면, 그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는 몽테스키외의 경구가 지금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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