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새롭게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된 것은 여야 모두를 놀라게 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정파를 초월해 인재를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략이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당사자 처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순기능을 역기능이 압도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통합이 아니라 야합, 원칙을 저버린 변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명자의 경우에는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최근까지 이재명 대통령을 격하게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청문회 등의 과정에서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지명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3선(서울 서초갑)을 했고, 발표 때까지 현직 당협위원장(서울 중·성동을)이었다. 그는 지난해 비상계엄 후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 “더불어민주당의 무더기 불법 탄핵 소추가 내란” 발언을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도 참석했다. 이 지명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했지만, 여권에서도 불만이 쏟아진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갈라치기를 위한 ‘차도살인’주장까지 나온다.
정책적으로도 ‘절충’이 힘들 정도다. 그는 기본소득 등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었다. 과거 이 대통령을 향해 “정말 경제학을 모르는 말씀”이라고 비판하고 국가채무 증가, 재정적자 등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그랬던 그가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 정부의 국정 목표는 저의 입장과 같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소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책적 소신이나 정치적 견해는 바뀔 수 있다. 야당의 무기력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지명자는 자신의 소신 관철을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인지, 그저 장관 한자리 노린 변신인지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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