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첫 장비 반입뒤 돌입

당초 ‘4나노’ 서 ‘2나노’ 격상

TSMC와 대등한 기술·양산으로

미국 빅테크 ‘탈 TSMC’ 수요 선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최첨단 공정인 2나노(㎚·1㎚=10억분의 1m) 도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대만 TSMC가 장악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반격에 나선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팹(공장)의 모든 공정을 애초 계획했던 4나노에서 2나노로 격상하고, 초기 양산 물량도 기존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도는 월 5만 장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부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가를 2나노 공정에서 대만 TSMC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양산 역량을 확보해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탈(脫) TSMC’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테일러 팹은 내년 3월 첫 장비 반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돌입한다. 이르면 내년 2분기 중 첫 웨이퍼 투입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정의 ‘퀀텀 점프’다.

테일러 팹은 초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확보가 쉬운 4나노 공정을 우선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장비 발주(PO)를 2나노 기준으로 정정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산 규모도 파격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테일러 팹의 초기 2나노 양산 물량을 웨이퍼 기준 월 2만 장 수준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5만 장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는 TSMC가 대만 본토에서 계획 중인 초기 2나노 양산 물량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확인을 거절했지만 업계는 “TSMC의 초기 2나노 칩 양산 규모와 대등하게 가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공정을 선점하는 것을 넘어 미국 현지에서 대형 고객사들의 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TSMC에 쏠린 빅테크 물량을 잠식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테일러 팹은 2나노 칩 양산이 본격화하는 2027년부터는 월 10만 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테일러 팹이 가동 초기부터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이유는 미국 테슬라 등 여러 빅테크로부터 확보한 2나노 칩 수주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지난 7월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인 ‘AI6’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과 중국 마이크로BT와 카나안의 채굴용 주문형 반도체(ASIC) 등도 수주했다. 퀄컴의 차세대 AP 역시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2나노 설비를 갖춘 곳은 경기 화성캠퍼스가 유일하기 때문에 테일러 팹의 양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이전 세대인 3나노 공정에서 새로운 공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앞서 도입한 점도 긍정적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설계 대비 전류 누출을 최소화하고 성능과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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