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선남 ‘겨울숲’, 120×60㎝, 한지와 아크릴, 2025.
심선남 ‘겨울숲’, 120×60㎝, 한지와 아크릴, 2025.

정말이지 다사다난했던 을사년도 저물어간다. 새해 구상도 하고, 혹한기 호연지기도 키울 겸 산행에 나섰다. 만학의 설계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리케이온에서 제자들과 산책하면서 토론을 펼친 ‘소요’(페리파토스)에 동참하는 것이다. 신체가 움직여야 정신도 활발해진다는 책상물림의 경계에 공감하는 터이다.

또 한 사람의 ‘소요 동행’을 만나 반갑다. 화가 심선남은 산과 물로 둘러싸인 땅에서 겪은 사계 가운데 겨울을 즐겨 그린다. 눈앞의 자연이 황량해질 때, 오히려 우리 영혼 혹은 내면이 되살아나는 것은 섭리일지도 모른다. 따스한 계절 녹음방초에 취했던 우리의 감각이나 판단력은 미처 느껴보지 못한 대목이다.

그의 화면은 겨울숲 한가운데서 쓸쓸함이나 울적함에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자유로움과 따스함을 추구한다. 거기엔 빛이 느껴지며 생명의 온기가 감돌고 있다. 종이의 반투명 텍스처와 색조가 시적인 감흥을 서술하는 듯하다. 이 혹한이 새 계절의 문턱인 것을 알고 나면 이 또한 축복이리라.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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