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취임 1주년 황정근 국회도서관장

 

법조인 출신 1호… 취임 후 ‘정보지원기관’ 역할 깨달아

지능형 정보 플랫폼 목표로 AI 전환 ‘내일 프로젝트’ 추진

 

‘금주의 보고서·북리뷰’ 서비스 신설… 1년새 이용자 5배로

‘학생 투표권’ 등 사회 이슈 관련자료 요청 전에 제공하기도

세계 첫 115개국 헌법 제공·번역 프로그램, 개헌 도움될듯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국가전략정보포털 이용자가 급증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국가전략정보포털 이용자가 급증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인공지능(AI) 발달로 오랜 기간 인류에게 정보의 넥서스 역할을 해왔던 도서관의 존재 이유도 재정립될 위기다.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을 찾아 분석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 정보 접근·활용법으로 전락할 태세다. 국회의원들의 입법·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국회도서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국회도서관은 입법·의정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실시간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AI 활용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전자도서관을 지능형 정보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내일(NAIL·National Assembly AI Library)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만난 황정근(64) 국회도서관장의 집무실 회의 탁자 위에는 ‘NAIL’ 글자를 수놓은 모자가 놓여 있었다. 31일 정확히 취임 1년을 맞이한 황 관장은 “‘NAIL’은 국회도서관의 내일(future)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또 개인적으로 ‘내 일’(my job)이라는 뜻도 있어, 국회도서관을 이끄는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취임 1년,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올 한 해 누구나 다사다난했지만 국회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정보서비스의 품질 제고에 힘썼다. AI 기반 ‘금주의 보고서’와 ‘금주의 북리뷰’를 창간했고, 자체 기술로 ‘AI 외국법 번역기’를 개발했다. 정보포털을 고도화해 세계 최초로 세계헌법정보 서비스를 개시한 것도 성과다. 아울러 AI 전환(AX)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AI 자문단을 구성하고 통합 AI 에이전트를 포함한 국회AI도서관 구축을 목표로 내일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법조인 출신 최초 국회도서관장이다. 바깥에서 봤을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깥에서 보면 국회도서관이 국회와 국민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 기관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들어와 보니 국회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 국회법 제22조에 따라 국회의 입법자료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정보지원기관’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국공립 도서관과 달리 의회정보실과 법률정보실이 설치돼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도서관의 AI 대표 사업인 내일 프로젝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1년 전 취임사에서 지능형 미래 도서관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약속했던 기억이 있다. 국회도서관의 AI 기반 번역 서비스, 챗봇 등을 통합하는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 기반 대변화를 해야 한다고 판단해 내일 프로젝트 가동을 결정하게 됐다.”

―이용자 측면에서 내일 프로젝트가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나.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을 만든다고 했을 때 국회도서관의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 AI 에이전트가 있다면, 스테이블 코인 관련 해외 입법 사례를 바로바로 알려줄 수 있다.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며, 더 좋은 법안을 쉽고 빠르게 가다듬을 수 있게 된다. 이건 국회도서관만 가능하다고 본다. 국회도서관의 이 방대한 ‘식재료’를 가만히 수집한 자료로만 둬서는 안 된다.”

―왜 국회도서관만 가능한가.

“김대중 정부 ‘전자정부’ 정책 일환으로 시작한 국회전자도서관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1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4억4485만 페이지 분량의 국회도서관의 도서와 입법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도 있다. 이 중 70%는 의정 활동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자료다. 한국형 소버린 AI를 만든다고 해도, 국회도서관이 저작권 문제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자료는 30%밖에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올해 세계 최초로 전 세계 헌법 원문과 번역문을 모아보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해외 어디에도 각국 헌법을 모아 놓은 곳이 없었다. 또 우리나라 어느 기관에서도 세계의 헌법을 제대로 수집·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또 각국 헌법이 개정돼도 이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그동안 국회도서관이 번역한 82개국 헌법에 더해, 현재까지 115개국의 헌법을 수집했다. 이 중 93개국 헌법은 번역본까지 확보해, 이를 모아볼 수 있는 세계헌법정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우선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연구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회 내부 개헌 논의 과정에서도 각국의 헌법을 모아볼 수 있게 되면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도서관의 ‘국가전략정보포털’ 이용자도 최근 급증했다고 들었다.

“올해 기준 하루 평균 (국가전략정보포털) 접속자는 9213명에 달한다. 지난해 일평균 접속자 1927명과 비교하면 약 5배로 ‘폭증’한 거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5배 증가한 일평균 접속자 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분석한 이용자 폭증 배경은.

“정치·경제와 외교·안보, 경제, 기후, AI 등과 관련해 세계 22개국 1300여 개 국내외 정부와 공공기관, 주요 싱크탱크의 핵심 어젠다와 이슈 관련 최신 원문을 제공하고 있다. 또 금주의 보고서와 이슈 인포그래픽, 전문가 칼럼 등 자체 콘텐츠로 시의성 있고 전문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제는 주요 언론에서도 관심 있게 챙겨보는 포털이 됐다. 이처럼 정보의 질 향상과 시의성 있는 자료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증가했다고 본다.”

―국회도서관이 AI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큰 목적은.

“국회도서관에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국회의원에게 좋은 품질의 원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영감’을 주는 기관이 돼야 한다. 예컨대 호주에서 16세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생이더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연령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투표권을 낮춘 나라들도 있다. 법적 성인만 투표하면 된다는 건 고정관념일 수 있다. 해외에서 그런 논의가 있다는 것을 국회도서관이 요청도 하기 전 자료를 제공한다면, 국회의원 입법에 영감을 주는 것이다. 금주의 보고서가 그런 차원의 하나다.”

―올해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보고서 중에 추천을 한다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팩트북 ‘문서로 읽는 대한민국 헌정사’가 있다. 국회의 시각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의 주요 문건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정리했다. 특히 국회 속기록이 (팩트북에) 많이 담겨 있다. 담긴 내용 중에는 발언 당시에 소수의견이었으나, 역사를 향해 논리적으로 발언하는 국회의원의 기개가 (팩트북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입법 관련 다수당 독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한 해이기도 했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다. 갈수록 정치의 영역이 축소되는 형국이라 걱정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고 건수가 외국에 비해 많기도 하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법률안의 헌법 정합성을 사전 스크린하는 절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헌법자문위원회를 두는 등 헌법영향평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헌법영향평가를) 받는 것을 싫어해서 될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국회도서관장을 하기 전 법조인이었다. 법조인 황정근이 본 사법개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느 제도이든 시비선악이나 정오(正誤)의 문제는 아니고,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경우에는 비교법적 시각에서 신중한 검토와 숙의를 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도서관장으로 돌아보는 2025년은.

“역사는 놀라움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역사는 깜짝 놀랄 일만 기록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2025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또 기록할 만한 한 해였다. 역사 속을 걷는 느낌의 한 해였다.”

윤정선 기자, 정지형 기자
윤정선
정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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