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여파가 계속되는 와중에, 이번엔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총리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항소 포기를 종용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사실상 추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까지 불렀던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에 대해서는 이미 성남시와 시민단체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상급심으로의 항소는 검찰이 행사하는 고유 권한인데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난 1심 판결에 대해, 수사지휘권이 없는 대통령과 총리가 ‘조작’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항소 포기와 함께 수사에 참여한 검사의 감찰까지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과 다름없다. 이로 인해 오는 2일 항소 시한을 앞둔 검찰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김 총리는 “사실상 조작 기소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잘못이 있었다”고 단정하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면서 정 법무장관을 향해 “감찰이나 정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이 대통령도 “뭔가 책임을 묻든지 뭘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검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비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26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 전원을 무죄 선고하면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 소각된 사실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26시간이 지나서야 국민에게 알린 점, 국방부와 국정원이 관련 첩보와 보고서 5000여 건을 삭제했다는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항소 포기 종용은 3심제 취지는 물론 검찰 권한을 무력화하는 일이다. 법적 책임을 가려야 한다. 경찰청-공소청 체제로 개편될 내년 10월 2일 이후엔 형사사법 체제의 정치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고로도 비쳐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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