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신춘문예 - 소설 당선소감

즐기지도 않는 가챠에 대해 생각한 건 희박한 가능성에 매달리는 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저에게도 익숙한 마음이라는 사실은 당선 소식을 듣고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접점 없어 보이던 타인이 실은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기뻤습니다. 소설을 읽고 쓴 덕입니다.

저에게 흥미로운 소재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멀리 가 보라고 말씀해 주신 이갑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업 있는 날마다 작은 책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시간은 근사한 기억으로 남겠습니다.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읽는 사람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려주신 강영숙 선생님, 상투적인 세계에 매몰하면 안 된다고 조언해 주신 박상우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조사 하나까지 섬세하게 살펴주신 문우들, 깊은 애정을 보냅니다. 글을 계속 읽고 쓰라고 독려해 주신 분들이 제 곁에 많았습니다. 최고의 소설가가 될 거라며 다정하게 응원해 준 예린 언니, 기꺼이 시간 내어 글을 읽고 길게 감상을 남겨주던 십구 년 지기 지유. 말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고맙습니다. 소설가가 되면 도서관에 초청하겠다고 농담하던 민정,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마음을 나누던 소현. 두서없이 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만히 딸의 행보를 응원해 준 가족 영만 씨와 정화 씨, 뜻밖의 소식에 함께 기뻐해 주신 직장 동료들께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민재는 십이월 초입에 청계천을 걸으며 등용문의 유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잉어가 험한 물살을 이기고 폭포를 오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고사에 의해 등용문이 만들어졌다고 말입니다. 청계천을 헤엄치는 잉어킹 백 마리와 갸라도스를 보고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디든 함께 걸어가 주는 민재에게 늘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사랑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기회를 주신 문화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불투명한 알을 열고도 가능성이 계속될 수 있음을 알려주신 만큼 성실하게 읽고 쓰겠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미처 호명하지 못한 분들께는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겠습니다. 현실의 저는 제가 쓴 글보다 부족하고 서툰 사람입니다. 그래도 노트북과 커피를 앞에 두고 문장을 궁리할 때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세계를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무용하고 그래서 유용한 소설 곁에 앞으로도 꾸준히 머무르겠습니다. 제 곁을 지켜주신 분들처럼요.

△박재연. 2000년 경기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재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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