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다’라는 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데 이 목적어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껌이 우리의 일상에서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동사는 매우 넓게 사용돼 그 넓이만큼 많은 목적어가 사용된다. 화투로 점을 칠 때도, 애써 밴 아이를 지울 때도 이 동사를 쓴다. 이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단계에서도 이 동사를 쓴다.
인생에서 가장 먼저 동사 ‘떼다’를 쓰는 순간은 지극히 슬픈 경험이다. 바로 영양 많고 먹기에 편한 엄마의 젖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 왜 굳이 이 동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롯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젖을 떼는 것 자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젖을 떼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 음식의 맛은 어머니의 젖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떼어야 할 것은 과거의 천자문, 오늘날의 한글이다. 이 순간에도 왜 이 동사를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또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을 읽을 수 있어야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어야 세상과 더 깊고 넓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정, 벼슬, 물건, 부탁, 버릇’ 등 수많은 것을 떼어야 하니 이 동사가 결국 인생을 나타낸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헤어질 결심, 아니 뗄 결심을 해야 할 대상이 무엇일까? 과거에는 ‘담배’를 목적어로 해서 ‘끊다’ 대신 ‘떼다’를 쓰기도 했다. 젖을 뗄 때의 아쉬움과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떼다’가 더 잘 어울리기도 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하는 결심 중의 하나가 담배를 끊는 금연이다. 애연가들에게는 젖을 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겠지만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도저히 못 떼겠다 우기면 주변에서 이리 협박해도 좋을 것이다. 담배 안 떼면 밥 떼겠다고.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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