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어느 나라가 영국과 가장 비슷한가’(Which country is most similar to Britain)라는 기사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10개 지표로 볼 때 가장 유사한 나라가 스페인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유럽의 변방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두 나라는 지난 500년간 전쟁을 했고, 대서양을 제패했던 해양 대국의 역사도 갖고 있다. 인구는 영국(6800만 명)이 스페인(4900만 명)을 크게 앞서지만, 이민에 대한 열린 태도, 알코올 소비량, 혼외출산율 등에서도 유사성이 많다.

이코노미스트의 10개 지표로 한국과 비슷한 나라를 추적해보면 어떻게 될까? 페이스북의 한 지인이 AI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일본이다. 일본 인구는 1억2300만 명으로 한국의 2.4배이지만, 2024년 기준 1인당 GDP는 한국(3만6200달러)이 일본(3만3700달러)을 조금 앞선다. 혼외출산율은 한국 4.7%, 일본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42%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민주주의 지수(한국 8.03%, 일본 7.99%)나 외국 출신 인구 비율(한국 3.5%, 일본 2.2%) 등도 비슷하다. 경제발전 및 민주주의 수준이 높고, 이민자 비중이 낮아 사회적 갈등이 적다는 게 공통점이다.

한일의 유사성에 비춰볼 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제안한 한일 경제공동체론은 일리가 있다. 한일이 유럽연합(EU) 수준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 약 6조 달러의 시장이 되어 미국, EU, 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이 된다. 첨단제조업 및 에너지 협력 등으로 저성장을 타개할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정치 이념 면에선 극과 극이지만,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견지하는 나라의 최고 정치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북·중·러 독재국의 위압적 행태로 인해 새해 국제정세는 지난해보다 혼란스러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일 협력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이 대통령의 방중도 중요하지만,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일 정상의 나라(奈良)회담에 더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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